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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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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60. 나무하기
지게를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인우재 주변에 나무가 흔하지만 그래도 집으로 옮겨 놓아야 장작으로 쓸 수가 있다.
그 일이 생각만큼 만만치를 않다. 빈 지게를 지고 산으로 올라 작대기로 받쳐 놓은 뒤 나무를 주워 모은다. 찬바람이 지날 뿐 아무도 없는 산, 혼자 나무를 한다. 한적하고 평온하다.
나무를 쌓을 만큼 쌓은 뒤 지게를 지고 일어나려는데 누가 뒤에서 지게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지게가 꼼짝을 안 한다. 바짝 당겨 앉으며 힘을 주니 그제서야 겨우 지게가 들린다.
그러나 웬걸. 휘청하며 지게가 한쪽으로 기운다. 얼른 반대쪽으로 힘을 주니 무게 중심이 대번 그쪽으로 쏠린다.
씨름 선수들이 시합을 하기 전 샅바 싸움을 한참 하듯, 지게를 지고 일어나 이쪽저쪽 어렵게 무게중심을 잡은 뒤에야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아직 서툰 지게질, 지게 위로 산더미 같은 짐을 싣고 가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곤 했는데 막상 지게를 져보니 그건 보통 기술이 아니었다.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경지인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그렇게 조심스레 내딛기도 드문 일이다. 짐을 지고 가는 이의 발걸음은 늘 그러해야 할 터.
구르는 돌을 밟아 지게를 지고 넘어지기도 하고.... 서너번 산을 오르내리니 등에 땀이 흥건하다. 서둘러 깔려드는 땅거미,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잠시 불을 쬔다.
무엇에 마음 빼앗겨 굳이 무얼 탐할 것인가. 맡길 걸 맡기고 버릴 걸 버리자.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나무를 하려 한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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