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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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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7 양지토끼 음지토끼
산골마을에 눈이 오면 사방 둘러 쌓인 산으로 올라 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있고, 그래도 그런 일이 산골에서는 겨울을 나는 재미중의 하나가 된다.
굳이 자연보호라는 말을 들이대면 머쓱해지고 할 말이 없지만 한겨울 서너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예로부터의 겨울나기, 자연스런 겨울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그만한 것쯤은 넉넉하게 베푸는 것이 자연의 품 아닐까.
작실에 올라갔다가 병철씨네를 들리게 됐는데 잘 됐다며 병철씨가 반색을 한다. 방안엔 뭔가 구수한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음담말에 사는 마을 사람이 잡은 토끼로 국을 끓인 것이었다. 무엇 크게 따로 좋아하는 것 없지만 무엇 따로 가리지 않으려 하는게 시골살며 배운 것중의 하나다.(그래도 멍멍탕은 낯설다) 같이 상에 둘러 앉았다. 맛보다도 그런 분위기가 좋다.
"이게 양지에 사는 토낀가봐요. 짝달막 하쟎아요."
양지에 사는 토끼라 몸이 작다니, 얘길 꺼낸 병철씨한테 물었더니 대답이 재미있다.
"토끼는 음지에 사는 토끼가 커요. 양지에 사는 놈은 굴 밖으로 음지만 보고 사는데, 음지에 쌓인 눈을 보고 아직도 겨울이구나 하면서 나올 생각을 안해요. 반대로 음지에 사는 토끼는 양지쪽을 바라보고 살다 눈이 녹은 걸 보고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지요. 그러다보니 음지쪽에 사는 토끼가 더 큰거예요."
어디에 사느냐 보다도 어디를 보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양지와 음지 토끼 얘기는 그냥 토끼 얘기만은 아닌 듯 했다.
어디에 사느냐 보다는 무엇을 보고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터.(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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