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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 햇살놀이방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537 추천 수 0 2002.01.17 11: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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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  햇살놀이방

햇살 놀이방이 졸업식을 했다. 마지막 졸업식이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기에 졸업식을 할 때마다 몇 회 졸업이라 부르지 않았다. 뻔한 끝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같은 허전함을 그렇게라도 비켜서고 싶었던 것이다.
재영이, 보미, 효준이가 졸업을 하면 유빈이와 가은이 둘이 남게 된다. 한 생명을 온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다면 그래도 이어가야 할 일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일년에 천만원 가량의 예산과 그만큼의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일, 그 일을 감당하기가 늘 만만치 않았다.
벅찼고......, 지친 것인지도 몰랐다.
그만두는 마음이 무거운 짐을 벗는 시원함 보다는 아쉽고 허전하고 송구함이 더 큰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마을에 몇 있지도 않은 아이들이 부모들 일 나가면 제각각 방치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예배당 옆에 조립식 건물을 지었고, 아침마다 아이들이 모였다. 일나가는 엄마 아빠 따라 놀이방으로 온 아이들은 한동안 전쟁을 치러야 했다.
엄마 아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결사적으로 울어댔고, 결국은 집으로 내빼는 아이들도 있었다. 매일 아침 방앗간 옆 놀이방은 참새들 소리보다도 아이들 우는 소리가 더 요란했다. 함께 어울려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한데 모여 하루를 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직 대소변도 못가리는 아이들도 있었고, 간식과 점심도 차려야 했고, 뒤죽박죽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 모든일은 떠맡았던 아내의 잠과 꿈은 매일밤 어수선하고 어지러웠을 것이다. '눕기보단 쓰러지는 법'을 배워야 했으리라. 결코 쉽지 않았던 일을 감내해준 아내에게 쉽게 고맙다 하기엔 미안함이 크다.
'새 본 공과 애 본 공은 없다'며 한걸음 물러섰던 교우들, 열악한 환경, 그래도 그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일이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리 때부터 시작한 일이 이번에 소리가 중학교 들어가도록 이어온 셈이니 어림잡아 7년쯤 된 것 같다.
소리, 규성, 규민, 학래, 선아, 선영, 재성, 화랑, 원석이, 보혜, 보영, 종래, 아름, 영현, 주현, 규영이와 이번에 졸업한 재영, 효준, 보미, 지금 단강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 놀이방을 거쳐간 셈이다.
아내의 뒤를 이어 조민선 선생, 이미선 선생, 김경림 선생까지 선생님들도 몇 명 바뀌었다. 단강에서 태어나 자란 김경림 선생이 (우리가 처음 단강에 왔을 때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유아교육학과를 나와 2년간 놀이방 교사로 수고한 일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기도와 물품과 물질로 후원한 손길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일은 '역시 무모한 일'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때를 밀어 모은 '때돈'부터 멀리 외국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까지, 남모르는 정성과 정성이 모여 슬프도록 작지만 눈물겹도록 소중한 일을 지금까지 이루어왔다.
마지막 졸업식을 할 때 마음속에 누워 있던 지나간 일들이 하나 둘 떠올랐고, 쉽지 않았던 일인만큼 참 소중하고 고맙게 여겨졌다. 겨울 아침 마른가지를 수놓은 눈부신 서리처럼 빛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줄어 놀이방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은 이땅의 스러짐. 그걸 몸으로 확인하는 일, 마음 쓰라린 일이지만 그런 만큼 환한 웃음으로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하고 싶었다.
'햇살'이라고 이름을 지었던 것은 어둡고 눅눅한 기운을 떨치고 싶었기 때문. 어둠속으로 희망의 빛이 퍼지기를 바랐기때문, 그러나 결국은 짐작했던대로 문을 닫게 되었다.
후레쉬가 없이 찍어서 그랬을까. 졸업 기념으로 찍은 사진들이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모두 시커멓게 나왔다.
'햇살'로 시작하여 '시커먼 사진'으로 끝난 놀이방.
하늘에 기호하나 그렇게 새겼을 뿐.
그래도 햇살 놀이방을 다녀간 아이들 마음속에 '햇살'의 정신이 늘 살아있기를 비는 마음이 무리가 아니기를. (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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