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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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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 움직이는 나무 한그루
서재에 앉아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본다. 지금은 묵는 승학이네 버섯장과 그 위로 조립식 창고, 뱀처럼 휘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올 겨울 벌목을 한 산등성이 아래로 층층진 밭 들이 누워있다.
밭 한 귀퉁이에는 거름인지 비료인지 허연 비닐부대가 쌓여 있다. 때론 경운기를 끌고 때론 지게를 지고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 농사를 짓는 것이다.
가만 내다보다 보니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있다. 눈여겨보니 사람이다. 걸음새를 보니 최영관 할아버지시다. 조심조심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봄이 왔다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 할아버지가 입은 두툼한 옷빌깔이 흙빛깔을 닮아 눈여져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를 않았다.
천천히 산길을 걸어내려오는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나무 한그루가 내려오 듯하다. 이땅에 태어나 한 평생 이땅에 살아온 나무. 어느새 고향을 지키는 나무가 된 한 그루 나무가 휘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동네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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