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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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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관평의 돌
작년이었던가? 영광(靈光)에 있는 원불교 영산성지(靈山聖地)에 갔다가 정관평 둑에서 주먹만한 잡석(雜石) 하나를 주워왔다. 지금 내가 앉아서 이 글을 쓰고있는 집의 상량일(上樑日)이 "大正 七年 七月..."이니 대종사가 방언공사를 시작한 바로 그해(1918)다.
나는 이 돌을 기도실 한 구석에 두고, 80년 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은 곳에서 20대(代) 스승의 말 한마디에 묵묵히 복종하여 오로지 등짐으로 돌을 져 날랐을 도인(道人)들의 모습을 자주 상기(相起)코자 하였다.
어느날, 이 잡석(雜石)과 짧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네가 정관평 둑을 떠나 멀리 이곳까지 와서 어두운 방에 갖힌 지 오래니 전에 있던 자리가 그립지 아니하냐?"
"........."
"외롭지 아니하냐?"
"외롭지 않다. 여기에도 곁에 촛대가 있고 향로도 있고 또 요즘에는 노래기도 심심찮게 돌아다니니 외로울 까닭이 없다."
"그래도 처음부터 함께 있던 동무들을 떠나지 않았느냐?"
"처음부터 함께 있던 동무들이라니?"
"정관평의 다른 돌들 말이다."
"아니다. 처음부터 나는 혼자 있었다. 그러니 자네가 나를 정관평 들에서 주워오기 전이나 주워온 뒤나, 나에게는 달라진 바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네가 외로워 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자네 생각일 뿐,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더욱이 나는 돌이다."
"........."
"돌이니까 외로워 할 자격도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외로운 인간'이란 없는 것이다. 있다면 스스로 외롭다느 착각에 빠져있는 인간 또는 외로워 보이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
"외로움이란 실재(實在)가 아니라 관념(觀念)이다. 관념에서 오는 착각이다. 자네들이 말하는 '외로운 사람'이란 자기가 외롭다는 착각에 갖혀있는 사람이다. 외롭다는 말은 혼자 떨어져 있다는 말인데 신(神)은 만물을 지을 때 아무리 작은 것도 그것만 따로 떼어내어 짓지 않았다. 보라. '이웃'이 없는 존재가 세상에 있는가?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새는 허공에 날개를 띄운다. 특히 인간에게는 여섯개나 되는 문(門)이 있고 거기에 맞추어 여섯 경계(六境)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눈-色, 귀-聲, 코-香, 혀-味, 살갗-觸, 생각-法), 스스로 문을 닫아놓고서 나는 외롭다, 나는어둡다고 말하는 것이야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연한 엄살이요 무지(無知)에 뿌리 내린 착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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