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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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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11 <物과 나눈 이야기들/민들레교회이야기450>에서
11. 빨랫 줄
빨랫줄을 볼 적마다 '버틴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하루는 너를 볼 때마다 '버틴다'는 말이 떠오른다고 말을 걸어 보았다.
한 동안 잠자코 있던 빨랫줄이 되물어왔다.
"어째서 나를 볼 적마다 그 말이 생각났을까? 세상에 버티고 있는 것이 나만은 아닌데..."
"자네가 끊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빨래가 곱게 마르지 않는가?"
"그건 그래. 그러나 나에게 버티려는 의지가 있어서 끊어지지 않는 것은 아닐세. 아직 끊어지지 않아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일 따름이지. 지금이라도 내 위에 수십 톤 무게를 얹어 보시게. 그 순간 힘없이 끊어지고 말 것일세. 그러니 내가 이렇게 끊어지지 않고 자네 눈에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네."
"........."
"그건 자네도 마찬가질세. 자네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그것은 자네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네. 누구도 살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살아 있을 수 없지."
"그래도 자네보다 쉽게 끊어지는 줄이 있지 않은가?"
"그럴 수 있지. 그러나 그 줄도 버틸만큼 버텼어. 세상 모든 줄이 저마다 버틸 만큼 잘 버티고 있다네. 내가 버틸만큼 버티듯이 다른 줄 또한 제가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걸세. 어떤 줄이 나보다 먼저 끊어졌다고 해서 그 줄을 약한 줄이라고 말하지 말게. 그 줄도 끊어지기 직전까지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텼다네. 그러니 결코 '약한 줄'이 아니지."
"........."
"세상에는 약한 줄도 없고 따라서 강한 줄도 없어. 그런 것은 자네들 인간들 머리 속에만 있다네."
"........."
"........."
"........."
긴 침묵 끝에, 빨랫줄은 좀 엉뚱한 느낌이 드는 말을 남겼다."
"착하게 보면 착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나쁘게 보면 나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까닭은 짐작하겠는가?"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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