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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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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를 만나 거드름을 피거나 어려운 말로 사람의 기를 죽이는 법이 없다. 오히려 똥을 누면서 느낀 것을 시로 적어 배설의 통쾌함과 그 통쾌함 끝에 오는 깨달음을 나눌 줄 안다.
똥을 누면서 나는 내가
아래 위로 구멍 뚫린
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하! 내가 통이다
내가 걸어다니는 통이다
이렇게 써놓고도 그는 종종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까봐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나무심는사람 펴냄)이라고 해석까지 곁들인다.
<깨달음의 노래>라는 부제를 달아 펴낸 시집은 그냥 똥누고, 먹고, 걷는 일상의 일들과 느낌, 즉 누구나 언제나 깨닫고 있는 것들을 담았다. 독자들은 “그래, 나도 그랬어!”라고 맞장구치며, 누구나 늘 깨달음 속에 있었음을 알게 될지 모른다.
어디선가 강연 요청이 올 땐 “그래, 그 때까지 안 죽으면 갈께!”라고 말하는 이현주(57) 목사는 지난 24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계룡산 아래서 `살아서' 손님을 맞았다.
“비를 만나면 비가 되고
바위를 만나면 바위가 되고
…
오늘도 온갖 모양 온갖 색깔로 피어나는 그대, 하늘꽃이여”
기자를 만나니, 이 순간 `빈 통답게' 충실한 기자의 벗이 되는 그이다. 오래전부터 종교간의 굳센 벽을 넘어왔던 그는 최근 펴낸 <금강경 읽기>에선 `현주'도 `목사'도 `시인'도 아닌 `이 아무개'이라고 자신을 지칭했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이루려는 이들, 더구나 자신을 위해 남을 해치는 꼴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운 모양이다. 미국의 테러참사 뒤 부시 대통령이 어느 편을 택할지 선택하라고 한 데 대해 “부시와 라덴은 같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싸우는 척하지만 서로를 돕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력의 대표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는 “모세는 앙갚음을 하라고 했지만,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석가모니도 `네가 뿌린 씨는 네가 거두고, 다시 나쁜 씨를 거두지 말라'고 했다”며 “부시가 정말 기독교인일까”라고 되묻는다.
간디가 생전에 강연했던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 해설서를 최근 번역해 철저한 비폭력을 설파한 그는 요즘 번역중인 베트남 출신의 평화운동가인 틱냑한 스님의 말을 빌어 `정의'의 깃발을 든 폭력의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의 적은 늘 `해방'이란 깃발을 들고 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욕심에 앞서 그는 기도를 통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어떤 명분으로도 보복을 하지 않고, 보복하는 사람의 편도 들지 않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야겠다.”
그래서 그는 거창한 깨달음을 내세우기보다는 “나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하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동족을 살육한 중국인들에 대한 증오를 거두는 달라이 라마의 마음에 공감한다. 증오는 결국 자신을 죽이는 것.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가 하나로 되는 것이지
둘이 하나로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돼지를 먹어/돼지와 하나로 될 수 있음은
내가 돼지를 먹어/돼지와 하나 되기 전에 벌써
돼지와 하나였기 때문이니
돼지를 함부로 때리고
욕하지 말라는 얘기다.
먹는 것은 무엇을 먹든
제가 저를 먹는 것이다!”
공주/글·사진 조연현 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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