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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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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은이야기 2000.1월호
풍경소리를 듣다.
바람이 뛰노는지 풍경 소리가 요란하다.
내 흙방 앞에 걸린 풍경은 친구 스님이 동대문 도깨비시장 구경을 갔다가 구한 것이라고 우리 아이 생일 선물 로 보내온 것이다.
대개의 풍경과는 달리 금 빛깔 종이 길어서인가 울림이 맑고도 깊다. 그처럼 초랑 초랑하게 자라라고 보내온 선물일 것이리라. 월드 컵 축구 경기가 한창일 때 말을 배우기 시작한 우 리 아이는, 스님이라면 무조건 브라질 국가대표 축 구선수 호나우도로 알고 있다(머리를 바짝 민 모습 이 닮아서).
녀석은 찾아온 스님마다 호나우도 삼 촌이라 부르고 축구를 같이 하자며 손을 잡아끈다. 친구 스님도 소포 상단에다 '호나우도 삼촌'이라고 적어놓아 식구대로 배를 쥐고 웃었다.
요새 우리 아이는 세발 자전거에 올라앉아 풍경 만 바라본다. "왜 안 울어? 아빠, 물고기가 왜 안 울지?" 갸우뚱거린다. "바람이 와야 울지." 그랬더 니 "바람아 얼른 와. 소리 한번 들어보게." 하늘에 대고 간절한 비나리다.
영혼이 아름다우면 그럴까? 예수가 바람을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성서에 쓰여 있긴 하지만, 우리 아이가 바람을 부탁하면 어김없 이 풍경 물고기가 나부끼고 뗑그렁- 풍경 소리가 따라 운다.
어느 때 보다도 은은한 풍경 소리가 말 이다. 못 믿겠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밖 에도 괴이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는 키 우는 개 '두리번'이랑 '별똥별'을 데리고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곧잘 나누는데, 이 광경을 목격한 어떤 손님은 고개를 좌우로 '무지하게' 저으시면서 꼭 외계인을 만난 듯하셨다.
풍경 하나로는 외로울 것 같아 내 손으로 세 개 를 더 만들어 걸었다. 교회마다 예배를 시작할 때 에 울리는, 강대상에 올려진 자그마한 종이 있다.
수년 전 남녘교회를 세웠던 해에 가까운 교회에 서 종을 하나 보내왔는데, 조선인에게는 아무래도 웅숭깊은 징소리가 정겹겠다 싶어 종을 쓰지 않고 징을 쳤다. 창고를 뒤져보니 먼지를 뒤집어쓴 종이 여태 녹슬지 않고 있어주었다.
누가 이 종이 풍경 으로 팔자를 고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몇 년 간 창고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하늘에 대고 얼마나 하소연을 올렸으면 이렇게 금의환향하여 풍경이 되 었을까.
하루에 수십 수백 수천 번도 더 울려댈 것 이니 다행하고 또 다행한 일이었다. 나머지 두 개 종은 가깝게 지내는 친구 목사님에 게서 구할 수 있었다. 혹시 못쓰게 된 종 없느냐고 여쭸더니 "아마 뒤져보면 몇 개는 나올걸?" 반가운 말씀이셨다. 주일학교 꼬마들의 장난에 이음쇠가 부러진 것들이었다.
챙겨오면서부터 풍경 소리가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듯했다. 광주에 나간 김에 예술로에 있는 화방을 찾아 동 판을 몇 장 샀다.
그 위에 물고기 그림을 정성스레 새기고 가위로 오려냈다. 다음에는 지느러미와 비 늘, 끔벅이는 눈을 무딘 못으로 쪼아냈다.
내 멋대 로 만든 풍경 물고기인지라 정감도 들고 장승 얼굴 처럼 투박하고 우스꽝스러운 몸꼴도 마음에 쏘옥 들었다. 철물점에 들러 구릿빛 고리 줄도 샀다. 비쌀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었는데 일 미터에 오백 원인가 육백 원인가 하였다. 일 미터면 충분했다.
종 안에 넣을 십자쇠도 있어야겠기에 철공소 진택 씨에게 부탁을 했더니, "앗따메, 성경책이나 조깐 읽으시 재만 또 뭔 노므 이상 요다구스런 작품을 맹그신다 고 그라신다요?" 하면서 부렁질이었다.
집에 돌아와 하나둘 조립을 마치고 보니까 그럴 싸한 풍경이 되었다. 바깥에 내놓았더니 퍼들껑 날 리며 풍경 소리를 제법 냈다.
지난번 싸락눈 날리던 날, 대낮인데도 어두컴컴 하고 바람이 몹시 불던 날, 평소 즐겨 듣던 음악도 끄고 새시 유리문 안 바람 단속이 잘된 토방에 나 앉아 오후 내내, 참말 오후 내내 꼼짝 않고 풍경 소리만 들었다.
눈발이 날리고 풍경 소리가 사방에 서 들리고 나는 뜨거운 모과차를 호호 불어가며 그 렇게 이 땅별에서의 하루를 고마워했다.
오늘도 나는 아이와 함께 풍경 소리를 듣는다 풍경 물고기의 멋진 춤을 구경한다. 새 천년이 어 떻고 21세기가 어떻고 요란한 굿판이 오죽이나 많 은가. 시끌벅적한 소리들로 귀가 다 따가울 지경이 다.
내가 듣기로는 우리집 풍경 소리만도 못한 소 리가 거개다.
크고 높고 화려한 이들의 말씀보다는 이렇게 작고 낮고 소박한 이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살아야겠구나, 그런 다짐을 곱씹어본다
풍경소리를 듣다.
바람이 뛰노는지 풍경 소리가 요란하다.
내 흙방 앞에 걸린 풍경은 친구 스님이 동대문 도깨비시장 구경을 갔다가 구한 것이라고 우리 아이 생일 선물 로 보내온 것이다.
대개의 풍경과는 달리 금 빛깔 종이 길어서인가 울림이 맑고도 깊다. 그처럼 초랑 초랑하게 자라라고 보내온 선물일 것이리라. 월드 컵 축구 경기가 한창일 때 말을 배우기 시작한 우 리 아이는, 스님이라면 무조건 브라질 국가대표 축 구선수 호나우도로 알고 있다(머리를 바짝 민 모습 이 닮아서).
녀석은 찾아온 스님마다 호나우도 삼 촌이라 부르고 축구를 같이 하자며 손을 잡아끈다. 친구 스님도 소포 상단에다 '호나우도 삼촌'이라고 적어놓아 식구대로 배를 쥐고 웃었다.
요새 우리 아이는 세발 자전거에 올라앉아 풍경 만 바라본다. "왜 안 울어? 아빠, 물고기가 왜 안 울지?" 갸우뚱거린다. "바람이 와야 울지." 그랬더 니 "바람아 얼른 와. 소리 한번 들어보게." 하늘에 대고 간절한 비나리다.
영혼이 아름다우면 그럴까? 예수가 바람을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성서에 쓰여 있긴 하지만, 우리 아이가 바람을 부탁하면 어김없 이 풍경 물고기가 나부끼고 뗑그렁- 풍경 소리가 따라 운다.
어느 때 보다도 은은한 풍경 소리가 말 이다. 못 믿겠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밖 에도 괴이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는 키 우는 개 '두리번'이랑 '별똥별'을 데리고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곧잘 나누는데, 이 광경을 목격한 어떤 손님은 고개를 좌우로 '무지하게' 저으시면서 꼭 외계인을 만난 듯하셨다.
풍경 하나로는 외로울 것 같아 내 손으로 세 개 를 더 만들어 걸었다. 교회마다 예배를 시작할 때 에 울리는, 강대상에 올려진 자그마한 종이 있다.
수년 전 남녘교회를 세웠던 해에 가까운 교회에 서 종을 하나 보내왔는데, 조선인에게는 아무래도 웅숭깊은 징소리가 정겹겠다 싶어 종을 쓰지 않고 징을 쳤다. 창고를 뒤져보니 먼지를 뒤집어쓴 종이 여태 녹슬지 않고 있어주었다.
누가 이 종이 풍경 으로 팔자를 고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몇 년 간 창고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하늘에 대고 얼마나 하소연을 올렸으면 이렇게 금의환향하여 풍경이 되 었을까.
하루에 수십 수백 수천 번도 더 울려댈 것 이니 다행하고 또 다행한 일이었다. 나머지 두 개 종은 가깝게 지내는 친구 목사님에 게서 구할 수 있었다. 혹시 못쓰게 된 종 없느냐고 여쭸더니 "아마 뒤져보면 몇 개는 나올걸?" 반가운 말씀이셨다. 주일학교 꼬마들의 장난에 이음쇠가 부러진 것들이었다.
챙겨오면서부터 풍경 소리가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듯했다. 광주에 나간 김에 예술로에 있는 화방을 찾아 동 판을 몇 장 샀다.
그 위에 물고기 그림을 정성스레 새기고 가위로 오려냈다. 다음에는 지느러미와 비 늘, 끔벅이는 눈을 무딘 못으로 쪼아냈다.
내 멋대 로 만든 풍경 물고기인지라 정감도 들고 장승 얼굴 처럼 투박하고 우스꽝스러운 몸꼴도 마음에 쏘옥 들었다. 철물점에 들러 구릿빛 고리 줄도 샀다. 비쌀 줄 알고 지레 겁을 먹었는데 일 미터에 오백 원인가 육백 원인가 하였다. 일 미터면 충분했다.
종 안에 넣을 십자쇠도 있어야겠기에 철공소 진택 씨에게 부탁을 했더니, "앗따메, 성경책이나 조깐 읽으시 재만 또 뭔 노므 이상 요다구스런 작품을 맹그신다 고 그라신다요?" 하면서 부렁질이었다.
집에 돌아와 하나둘 조립을 마치고 보니까 그럴 싸한 풍경이 되었다. 바깥에 내놓았더니 퍼들껑 날 리며 풍경 소리를 제법 냈다.
지난번 싸락눈 날리던 날, 대낮인데도 어두컴컴 하고 바람이 몹시 불던 날, 평소 즐겨 듣던 음악도 끄고 새시 유리문 안 바람 단속이 잘된 토방에 나 앉아 오후 내내, 참말 오후 내내 꼼짝 않고 풍경 소리만 들었다.
눈발이 날리고 풍경 소리가 사방에 서 들리고 나는 뜨거운 모과차를 호호 불어가며 그 렇게 이 땅별에서의 하루를 고마워했다.
오늘도 나는 아이와 함께 풍경 소리를 듣는다 풍경 물고기의 멋진 춤을 구경한다. 새 천년이 어 떻고 21세기가 어떻고 요란한 굿판이 오죽이나 많 은가. 시끌벅적한 소리들로 귀가 다 따가울 지경이 다.
내가 듣기로는 우리집 풍경 소리만도 못한 소 리가 거개다.
크고 높고 화려한 이들의 말씀보다는 이렇게 작고 낮고 소박한 이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살아야겠구나, 그런 다짐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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