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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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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44 <物과 나눈 이야기들/민들레교회이야기472 >에서
44. 아기 솔방울
무슨 까닭인지 아직 어린 솔방울이 떨어져 있다. 떨어질 때가 아닌데 떨어져 있으니 '좌절된 꿈'이라 할까?
돋보기 쓰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비록 때 이르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정연한 질서의 흔적에는 빈틈이 없다. 그렇다. 자연은 그 자체가 완벽한 질서다.
내일 모레면 2천년 8월 15일. 이 나라 남쪽과 북쪽에서 헤어져 살아온 피붙이들이 눈물 뿌리며 만나기로 된 날이다. 이에 대한 소감(所感)을 아기솔방울에게 물어본다.
"사람이 아무리 날고 뛴다 해도 자연의 힘을 끝내 거스를 수는 없지. 이번 8월 15일에 있을 '만남'은 사람의 억지가 얼마나 힘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네."
"무슨 뜻이냐?"
"피붙이를 서로 떨어뜨려 놓는 것은 억지야. 억지는 자연을 거스르지만, 그래서 얼마 못가지."
"네가 때도 아닌데 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억지가 아니냐?"
"아닐세. 사람의 손만 닿지 않으면 '억지'란 어디에도 있을 수 없지. 나는 떨어질 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떨어져야 할 때에 정확하게 떨어졌다네."
".........?"
"사람들만이 억지를 부리지. 그렇지만 인간의 억지란 흐르는 물을 막아두는 댐과 같아서 넘치거나 터지기 마련일세. 이번에 두 김씨가 평양에서 만나 일을 벌인 것도 더 이상 두 정권(政權)이 억지를 부릴 수 없어서 움켜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네. 자네들 말로, 병주고 나서 약주는 격이지. 역사란 그렇게 흘러가는 강일세. 이번 일은 거대한 자연의 힘에 인력(人力)의 억지가 무너진 결과일세."
"........."
"무엇이 자연의 힘이겠나?"
"..........?"
빈틈없는 질서 그리고 그 열매인 아름다운 조화(調和)야 말로 자연의 힘 아닐까? 모르겠다.
인간 존재가 자연의 일부(一部)이자 자연이라는 사실. 이것만이 인간에 대한 절망을 극복할 유일한 희망이겠다.ⓒ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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