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가시고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07 추천 수 0 2002.03.18 18:31:39
.........
1821. 가시고기

짧은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쨍하고 쏟아지는 볕이 여간 따갑지 않다. 조금 과장하면 벌침 같다. 비때문에 소진하지 못했던 볕을 한꺼번에 쏟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 있어도 땀이 날 지경이다.
가만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 원주에서 모이는 <좋은 생각 키우기>모임에서 독서토론을 위해 정한 책 '가시고기'를 집어 들었다.
암컷이 알을 낳고 어디론가 사라지면 알 주변에서 알을 지키는 숫컷, 그러다가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여 깨어나면 자신은 죽고 만다는 가시고기. 백혈병이 걸린 아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살려내고 그러는 동안 자신은 병을 얻어 아들 몰래 죽는, 가시고기를 닮은 한 아비의 삶이 눈물겹게 그려져 있었다.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을 통해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색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아비의 사랑이 하도 지극하여 자꾸 마음이 미어지곤 했다.
아들 수술비를 위해 자신의 각막을 Ep내고, 자기 삶의 전부였던 아들을 아들이 원치 않는 이혼한 아내에게로 보내기 위해 정을 떼는 마지막 대목을 읽을 때, 며칠 전 우연히 구한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misa criolla CD를 틀었다. 가사를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곡의 흐름이나 음 빛깔이 눈물에 가까운 그런 드문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제로 마지막 곡인 la huida는 울먹이는 대목으로 끝나고 있었다.
그가 누구든 자신의 삶을 다 걸고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순연하고도 처연한 아름다움인지. 가슴에 금이 가도 그 금이 건널 수 없는 거리로 벌어져도 끝까지 사랑으로 가는.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아내였다. 점심을 다 차렸다는 재미있고도 정겨운 얘기였다. 조금만 더 읽으면 되지만 읽고 읽는 책 때문이었을까. 점심을 차리고 부르는 아내의 마음도 지극하다 여겨져 이내 부엌으로 갔다. 아내와 둘이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책으로 가 조용히 밥만 먹었다. 대강을 짐작한 아내에게 책 읽기를 권했다. 점심을 다 먹은 뒤 밥상에 앉아 이내 책을 마저 읽었다.
책을 다 읽고선 원주를 다녀 오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냐 묻는 아내에게 규민이 운동화를 사기 위해서라 대답을 했다.
앞부분이 떨어진데다가 전날 다 젖어온 운동화를 두고 겨울 신을 신고 학교에 간 규민이. 며칠 전 손으로 모를 낼 때 일을 거들어 준 규민이에게 새 신을 사주겠다 약속을 했는데 며칠째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일 때문에 원주를 나가냐고 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읽어봐. 땅 끝에 가서라도 사오고 싶을 걸"했다.
아픔에서 피어난 꽃. 아픔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운, 아름다울 것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77 이현주 유다의 마지막(마27:3-10) 이현주 2022-03-16 5
12776 이현주 안디옥에서 설교하는 바울(행13:13-41) 이현주 2023-07-20 5
12775 이현주 안디옥에서 쫓겨나는 두 사도(행13:42-52) 이현주 2023-07-20 5
12774 이현주 안디옥으로 내려간 바울 (행18:18-23) 이현주 2023-08-03 5
12773 이현주 공회 앞에서 연설하는 바울(행22:30) 이현주 2023-08-29 5
12772 이현주 총독에게 호송되는 바울(행23:23-35) 이현주 2023-08-29 5
12771 이현주 총독에게 고발당하는 바울(행24:1-9) 이현주 2023-08-29 5
12770 이현주 총독 관저 감옥에서 2년을 보낸 바울(행24:24-27) 이현주 2023-08-29 5
12769 이현주 멜리데섬에 상육한 바울 (행28:1-10) 이현주 2023-09-12 5
12768 이현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 위에 세워지는 건물들(고전3:10-17) 이현주 2023-11-14 5
12767 이현주 본인의 사도직을 비방하는 자들에게 하는 말(고전9:1-27) 이현주 2023-11-26 5
12766 이현주 조상들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고전10:1-22) 이현주 2023-11-26 5
12765 이현주 고린도로 갈 계획에 대하여(고전16:5-14) 이현주 2023-12-08 5
12764 이현주 마지막 인사와 축원(엡6:21-24) 이현주 2024-02-26 5
12763 이현주 빌립보서 첫인사(빌1:1-2) 이현주 2024-02-26 5
12762 이현주 빌립보에 사는 형제들에 대한 고마움(빌1:3-11) 이현주 2024-02-26 5
12761 이현주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를 보내면서(빌2:19-30) 이현주 2024-02-26 5
12760 이현주 골로새 교회와의 고마운 인연(골1:3-8) 이현주 2024-03-08 5
12759 이현주 초등학문을 졸업한 사람답게 처신할 것(골2:20-23) 이현주 2024-03-19 5
12758 이현주 두기고와 오네시모를 보내며(골4:7-9) 이현주 2024-03-19 5
12757 이현주 마지막 인사(골4:10-18) 이현주 2024-03-19 5
12756 이현주 데살로니가 첫인사 (살전1:1-1) 이현주 2024-03-19 5
12755 이현주 데살로니가 교회에 대한 감사의 말(살전1:2-10) 이현주 2024-03-19 5
12754 이현주 동족의 박해를 받는 교회(살전2:13-16) 이현주 2024-04-02 5
12753 이현주 사도들의 영광이며 자랑인 교회 (살전2:17-20) 이현주 2024-04-02 5
12752 이현주 데살로니가 교회를 위한 기도(살전3:11-14) 이현주 2024-04-02 5
12751 이현주 할례를 주장하는 유대인 개종자들(딛1:10-16) 이현주 2024-06-03 5
12750 이현주 천사들보다 우월하신 하나님의 아들(히1:1-14) 이현주 2024-06-17 5
12749 이현주 약속 위에 맺어진 더 좋은 새 계약(히8:1-13) 이현주 2024-06-27 5
12748 이현주 단 한번 당신을 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히9:23-28) 이현주 2024-06-27 5
12747 이현주 첫인사(약1:1-1) 이현주 2024-07-11 5
12746 이현주 사업하다 말고 사라져가는 부자들(약1:9-11) 이현주 2024-07-11 5
12745 이현주 형제들을 헐뜯지 말 것(약4:11-12) 이현주 2024-07-23 5
12744 이현주 장로들과 젊은이들에게 주는 권면(벧전5:1-11) 이현주 2024-08-19 5
12743 이현주 끝인사와 축원(벧전5:12-14) 이현주 2024-08-19 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