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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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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 가시고기
짧은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쨍하고 쏟아지는 볕이 여간 따갑지 않다. 조금 과장하면 벌침 같다. 비때문에 소진하지 못했던 볕을 한꺼번에 쏟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 있어도 땀이 날 지경이다.
가만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 원주에서 모이는 <좋은 생각 키우기>모임에서 독서토론을 위해 정한 책 '가시고기'를 집어 들었다.
암컷이 알을 낳고 어디론가 사라지면 알 주변에서 알을 지키는 숫컷, 그러다가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여 깨어나면 자신은 죽고 만다는 가시고기. 백혈병이 걸린 아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살려내고 그러는 동안 자신은 병을 얻어 아들 몰래 죽는, 가시고기를 닮은 한 아비의 삶이 눈물겹게 그려져 있었다.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을 통해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색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아비의 사랑이 하도 지극하여 자꾸 마음이 미어지곤 했다.
아들 수술비를 위해 자신의 각막을 Ep내고, 자기 삶의 전부였던 아들을 아들이 원치 않는 이혼한 아내에게로 보내기 위해 정을 떼는 마지막 대목을 읽을 때, 며칠 전 우연히 구한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misa criolla CD를 틀었다. 가사를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곡의 흐름이나 음 빛깔이 눈물에 가까운 그런 드문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제로 마지막 곡인 la huida는 울먹이는 대목으로 끝나고 있었다.
그가 누구든 자신의 삶을 다 걸고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순연하고도 처연한 아름다움인지. 가슴에 금이 가도 그 금이 건널 수 없는 거리로 벌어져도 끝까지 사랑으로 가는.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아내였다. 점심을 다 차렸다는 재미있고도 정겨운 얘기였다. 조금만 더 읽으면 되지만 읽고 읽는 책 때문이었을까. 점심을 차리고 부르는 아내의 마음도 지극하다 여겨져 이내 부엌으로 갔다. 아내와 둘이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책으로 가 조용히 밥만 먹었다. 대강을 짐작한 아내에게 책 읽기를 권했다. 점심을 다 먹은 뒤 밥상에 앉아 이내 책을 마저 읽었다.
책을 다 읽고선 원주를 다녀 오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냐 묻는 아내에게 규민이 운동화를 사기 위해서라 대답을 했다.
앞부분이 떨어진데다가 전날 다 젖어온 운동화를 두고 겨울 신을 신고 학교에 간 규민이. 며칠 전 손으로 모를 낼 때 일을 거들어 준 규민이에게 새 신을 사주겠다 약속을 했는데 며칠째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일 때문에 원주를 나가냐고 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읽어봐. 땅 끝에 가서라도 사오고 싶을 걸"했다.
아픔에서 피어난 꽃. 아픔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운, 아름다울 것이었다.
짧은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쨍하고 쏟아지는 볕이 여간 따갑지 않다. 조금 과장하면 벌침 같다. 비때문에 소진하지 못했던 볕을 한꺼번에 쏟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 있어도 땀이 날 지경이다.
가만 앉아 책을 읽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 원주에서 모이는 <좋은 생각 키우기>모임에서 독서토론을 위해 정한 책 '가시고기'를 집어 들었다.
암컷이 알을 낳고 어디론가 사라지면 알 주변에서 알을 지키는 숫컷, 그러다가 새끼가 알에서 부화하여 깨어나면 자신은 죽고 만다는 가시고기. 백혈병이 걸린 아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살려내고 그러는 동안 자신은 병을 얻어 아들 몰래 죽는, 가시고기를 닮은 한 아비의 삶이 눈물겹게 그려져 있었다.
별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을 통해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색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아비의 사랑이 하도 지극하여 자꾸 마음이 미어지곤 했다.
아들 수술비를 위해 자신의 각막을 Ep내고, 자기 삶의 전부였던 아들을 아들이 원치 않는 이혼한 아내에게로 보내기 위해 정을 떼는 마지막 대목을 읽을 때, 며칠 전 우연히 구한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misa criolla CD를 틀었다. 가사를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곡의 흐름이나 음 빛깔이 눈물에 가까운 그런 드문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실제로 마지막 곡인 la huida는 울먹이는 대목으로 끝나고 있었다.
그가 누구든 자신의 삶을 다 걸고 사랑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순연하고도 처연한 아름다움인지. 가슴에 금이 가도 그 금이 건널 수 없는 거리로 벌어져도 끝까지 사랑으로 가는.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아내였다. 점심을 다 차렸다는 재미있고도 정겨운 얘기였다. 조금만 더 읽으면 되지만 읽고 읽는 책 때문이었을까. 점심을 차리고 부르는 아내의 마음도 지극하다 여겨져 이내 부엌으로 갔다. 아내와 둘이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책으로 가 조용히 밥만 먹었다. 대강을 짐작한 아내에게 책 읽기를 권했다. 점심을 다 먹은 뒤 밥상에 앉아 이내 책을 마저 읽었다.
책을 다 읽고선 원주를 다녀 오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냐 묻는 아내에게 규민이 운동화를 사기 위해서라 대답을 했다.
앞부분이 떨어진데다가 전날 다 젖어온 운동화를 두고 겨울 신을 신고 학교에 간 규민이. 며칠 전 손으로 모를 낼 때 일을 거들어 준 규민이에게 새 신을 사주겠다 약속을 했는데 며칠째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일 때문에 원주를 나가냐고 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읽어봐. 땅 끝에 가서라도 사오고 싶을 걸"했다.
아픔에서 피어난 꽃. 아픔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운, 아름다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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