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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관수 할아버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2.03.23 09: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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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관수 할아버지  
1835 변관수 할아버지

신작로 버스정류장에서 그중 자주 만나게 되는 분이 변관수할아버지다. 허리가 굽은지 여러해.
갈수록 허리가 굽어 등이 하늘에 닿는 할아버지가 바쁜 농사철이고 뭐고 신작로에 나와 차를 기다린다. 몸이 안 좋아도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논에 모습을 보이고, 아예 논에서 살던 할아버지가 올해부턴 아주 손을 놓고 말았다. 더는 기력이 없어 자신이 없어지자 아예 손을 놓으신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할아버지가 더욱 노쇠해 보인다.
차를 타고 나서다 신작로에서 뵐 때마다 할아버지는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신다.
"어디까지 가세요?"여쭈면
"아무데로나 가요." 할아버지는 낮은목소리로 대답하신다.
부론이면 부론, 귀래면 귀래, 할아버지는 아무곳이라도 나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곤 한다. 부론이나 귀래 면내로 나가면 같은 처지의 노인을 만날 수 있고, 그래도 같이 만나면 어울리는 것이 서로에게 유일한 낙이 되니 특별한 일이 없어도 시간이 되면 나가시곤 하는 것이다.
술이나 한잔 나누며 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국수나 빵으로 끼니를 삼고. 특별한 것이 없는 시간이지만 노년의 무료함을 달랠 길이 따로 없는 터이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갈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게 되곤 한다.
할아버지의 심심함과 나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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