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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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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편지 제12호1999.11.20
출처 주간 어린이신문 굴렁쇠 -11월3일
우리동네 전화번호부
우리동네 이장님이 전화번호부를 만들어 반장님 편에 집집마다 돌리셨어! 오늘 받아들고 보니까 너무너무 재밌어서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지.
해남 양반 김일만 432-1242
진등 양반 허병삼 433-8243
덕동 양반 윤팔봉 433-7255...
할머니 차례도 재미있어.
보성댁
윤순례 433-9807
학림댁
최종말 432-5461
송학리댁
윤삼순 432-7420...
동네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무슨 양반이네 무슨 댁이네 하는호칭을 넣은 전화번호부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어.
맨 아랫부분에 우리 교회도 실려있어. 교회에다는 큼지막하게 십자가를 그어 놓았는데 이장님이 크게 신경 써 주신 거야. 흐흐...
어, 방금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어. 이장님 하고 사이가 않좋은 방앗간 최을진 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은 분인데 그냥 '방앗간 최을진 433-0901'이라고만 써 있어. 아이고 이장님은 속이 다 훤히 보이시게 이러셨네.
꼬장꼬장하기로 소문난 최할아버지가 또 발끈 성질을 내시고는 "이장 이눔의 자슥이 어디로 내빼부럿다냐? 이장 나오랑께, 이장!" 하시면서 지팡이를 세워들고 찾아다니시면 꼼짝없이 싹싹 빌어야 할 텐데 말이야.
나는 전화번호부를 전화기 벽옆에 단단히 붙였어. 그리고는 우리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올 겨울도 내년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만을 빌었어. 혹시나 돌아가시면, 이 전화번호부 이름 위에다 검은 줄을 그어야 하쟎아? 해마다 줄이 몇 개씩 그어지고, 마을 사람들 수는 점점 줄어들고... 아, 그런 마음 아픈 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출처 주간 어린이신문 굴렁쇠 -11월3일
우리동네 전화번호부
우리동네 이장님이 전화번호부를 만들어 반장님 편에 집집마다 돌리셨어! 오늘 받아들고 보니까 너무너무 재밌어서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지.
해남 양반 김일만 432-1242
진등 양반 허병삼 433-8243
덕동 양반 윤팔봉 433-7255...
할머니 차례도 재미있어.
보성댁
윤순례 433-9807
학림댁
최종말 432-5461
송학리댁
윤삼순 432-7420...
동네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무슨 양반이네 무슨 댁이네 하는호칭을 넣은 전화번호부가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어.
맨 아랫부분에 우리 교회도 실려있어. 교회에다는 큼지막하게 십자가를 그어 놓았는데 이장님이 크게 신경 써 주신 거야. 흐흐...
어, 방금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어. 이장님 하고 사이가 않좋은 방앗간 최을진 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은 분인데 그냥 '방앗간 최을진 433-0901'이라고만 써 있어. 아이고 이장님은 속이 다 훤히 보이시게 이러셨네.
꼬장꼬장하기로 소문난 최할아버지가 또 발끈 성질을 내시고는 "이장 이눔의 자슥이 어디로 내빼부럿다냐? 이장 나오랑께, 이장!" 하시면서 지팡이를 세워들고 찾아다니시면 꼼짝없이 싹싹 빌어야 할 텐데 말이야.
나는 전화번호부를 전화기 벽옆에 단단히 붙였어. 그리고는 우리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올 겨울도 내년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만을 빌었어. 혹시나 돌아가시면, 이 전화번호부 이름 위에다 검은 줄을 그어야 하쟎아? 해마다 줄이 몇 개씩 그어지고, 마을 사람들 수는 점점 줄어들고... 아, 그런 마음 아픈 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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