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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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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 단강의 성탄절
작은 시골마을에도 성탄이 왔다. 마을 어른 생일에도 동네 사람들을 청해 같이 밥을 먹는데 하물며 하나님 아드님의 생일, 그냥 보낼 수가 없는 날이다.
어느날 병철씨가 자신의 세렉스 트럭을 몰고 가더니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실어왔다. 그리고는 예배당 마당 한 가운데에 내려놨다.
객토 작업을 하는 논둑에서 미리 보아두었던 돌로 포크레인이 실어주었다고 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는, 넓적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였다. 성탄절에 마당에서 떡메로 인절미를 치기로 선아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단다. 아직 성탄절까진 많은 날이 남았지만 병철씨는 벌써부터 성탄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석이 할머니는 쌀을 한 말 가지고 오셨다. 성탄절에 마을 사람이 드리는 쌀. 교회에 다니지 않는 누군가가 성탄절에 쌀을 드린다면 어찌 그 쌀이 정성스럽지 않겠는가만 원석이 할머니가 전하는 쌀이 남달랐던 것은 원석이 할머니는 절에 열심인 분이기 때문이다.
방앗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그 분도 분명 봉투를 전하셨을 텐데. "애들 과자락두 사 줘." 하시면서.
햇살 놀이방도 더는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았고, 그나마 있던 아이들도 여러 명 전학을 가버려 남은 아이들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 교회학교 선생님이 따로 없다. 천상 성탄축하순서 준비는 아내 몫이 되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여러 날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순서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성탄 장식을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성탄이 화려하게 들뜨는 날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라도 확인하고 싶었고, 올해는 더더욱 어려움을 당한 이들이 많지 않은가. 따뜻한 마음을 모아 허전함을 덮기로 했다.
만두를 빚는 날. 놀이방엔 방안 가득 사람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교우들은 물론 마을분들도 같이 모여 마음을 나누었다. 서로의 손에서 만들어 지는 모양이 제각각인 만두는 쉽게 쉽게 쟁반을 채워갔다. 남는 건 괜찮지만 음식이 모자라면 안되지, 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웃음꽃도 시들 줄을 모른다. 방안을 채워가는 만두 속엔 어느새 성탄의 기다림이 가득 담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우리 얼굴 예쁠씨고!>. 함께 모여 옛 물건을 만드는 시간이다. 미리 잘 추려놓았던 짚단을 들고 동네 어른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미리 꽈둔 새끼줄을 챙겨오는 분들도 있다. 짚신을 삼는 분도 있고, 일하는 소의 입을 가리는 소망을 짜는 분도 있다. 삼태기를 만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계란 꾸러미를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오래전에 사라진 물건들, 기억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옛 시간들. 그러나 함께 모여 옛 물건을 만들다 보면 시간이 거꾸로 발걸음을 돌린듯 많은 기억들이 돌아온다. 지나가 는 시간이 보이는 듯도 하다.
모인 사람 스스로가 심사위원이 되어 제일 잘 된 물건을 뽑고 순서를 상을 드린다. 삽, 괭이, 호미, 호구, 낫 등 농기구가 상품이다. 성탄준비를 하던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당에선 인절미를 찧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만든 떡메가 힘을 쓴다. 시루에 찐 찹쌀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 두개의 떡메가 돌아가며 내리친다. 젊은 사람도 찧어보고, 어르신들도 찧어보고. 힘은 젊은이가 좋아도 장단은 어른을 못 따 른다.
모두가 둘러서서 구경을 하다 다 찧은 떡을 나누어 먹는다. 떡메로 바로 찧어 먹는 인절미의 맛이란 먹어보지 않은 이들은 짐작을 못할 맛이다.
어느새 날이 저물며 드디어 성탄축하행사. 서울서도 내려오고, 원주에서도 찾아오고, 외국인 근로자로 와있는 네팔 사람들도 찾아오고, 마을 사람들과 교우들, 작은 예배당이 가득하다.
성탄이란 본래 먼 길을 걸어 만날 사람을 사랑으로 만나는 날. 그리움으로 단강을 찾은 사람들을 고맙게 만나 함께 성탄축하의 시간을 갖는다. 뒤에 벗어놓은 신발들은 모인 사람들의 두 배. 마구 엉겨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정겹다.
박수와 웃음이 이어지는 순서와 순서들. 순서를 맡은 아이들마다 이날의 기억이 평생으로 남기를. 축하순서가 끝나갈 무렵 어김없이 나타난 산타! 아이들의 눈이 별빛처럼 빛난다. "단강 엔 산타가 없어요"라는 말을 아픔으로 기억하고 해마다 단강을 산타로 찾아오는 고마운 손길. 포장된 선물보다도 빛나는 꿈을 선물하고 돌아간다.
촛불 하나씩을 밝히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마음으로 새기는 성탄의 의미와 사랑으로 나누 는 성탄 인사. 성탄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이천년 전 첫 성탄의 밤도 이렇지 않았을까. 적어도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은.
작은 시골마을에도 성탄이 왔다. 마을 어른 생일에도 동네 사람들을 청해 같이 밥을 먹는데 하물며 하나님 아드님의 생일, 그냥 보낼 수가 없는 날이다.
어느날 병철씨가 자신의 세렉스 트럭을 몰고 가더니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실어왔다. 그리고는 예배당 마당 한 가운데에 내려놨다.
객토 작업을 하는 논둑에서 미리 보아두었던 돌로 포크레인이 실어주었다고 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는, 넓적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였다. 성탄절에 마당에서 떡메로 인절미를 치기로 선아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단다. 아직 성탄절까진 많은 날이 남았지만 병철씨는 벌써부터 성탄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석이 할머니는 쌀을 한 말 가지고 오셨다. 성탄절에 마을 사람이 드리는 쌀. 교회에 다니지 않는 누군가가 성탄절에 쌀을 드린다면 어찌 그 쌀이 정성스럽지 않겠는가만 원석이 할머니가 전하는 쌀이 남달랐던 것은 원석이 할머니는 절에 열심인 분이기 때문이다.
방앗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그 분도 분명 봉투를 전하셨을 텐데. "애들 과자락두 사 줘." 하시면서.
햇살 놀이방도 더는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았고, 그나마 있던 아이들도 여러 명 전학을 가버려 남은 아이들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 교회학교 선생님이 따로 없다. 천상 성탄축하순서 준비는 아내 몫이 되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여러 날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순서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성탄 장식을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성탄이 화려하게 들뜨는 날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라도 확인하고 싶었고, 올해는 더더욱 어려움을 당한 이들이 많지 않은가. 따뜻한 마음을 모아 허전함을 덮기로 했다.
만두를 빚는 날. 놀이방엔 방안 가득 사람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교우들은 물론 마을분들도 같이 모여 마음을 나누었다. 서로의 손에서 만들어 지는 모양이 제각각인 만두는 쉽게 쉽게 쟁반을 채워갔다. 남는 건 괜찮지만 음식이 모자라면 안되지, 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웃음꽃도 시들 줄을 모른다. 방안을 채워가는 만두 속엔 어느새 성탄의 기다림이 가득 담긴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우리 얼굴 예쁠씨고!>. 함께 모여 옛 물건을 만드는 시간이다. 미리 잘 추려놓았던 짚단을 들고 동네 어른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미리 꽈둔 새끼줄을 챙겨오는 분들도 있다. 짚신을 삼는 분도 있고, 일하는 소의 입을 가리는 소망을 짜는 분도 있다. 삼태기를 만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계란 꾸러미를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오래전에 사라진 물건들, 기억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옛 시간들. 그러나 함께 모여 옛 물건을 만들다 보면 시간이 거꾸로 발걸음을 돌린듯 많은 기억들이 돌아온다. 지나가 는 시간이 보이는 듯도 하다.
모인 사람 스스로가 심사위원이 되어 제일 잘 된 물건을 뽑고 순서를 상을 드린다. 삽, 괭이, 호미, 호구, 낫 등 농기구가 상품이다. 성탄준비를 하던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당에선 인절미를 찧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만든 떡메가 힘을 쓴다. 시루에 찐 찹쌀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 두개의 떡메가 돌아가며 내리친다. 젊은 사람도 찧어보고, 어르신들도 찧어보고. 힘은 젊은이가 좋아도 장단은 어른을 못 따 른다.
모두가 둘러서서 구경을 하다 다 찧은 떡을 나누어 먹는다. 떡메로 바로 찧어 먹는 인절미의 맛이란 먹어보지 않은 이들은 짐작을 못할 맛이다.
어느새 날이 저물며 드디어 성탄축하행사. 서울서도 내려오고, 원주에서도 찾아오고, 외국인 근로자로 와있는 네팔 사람들도 찾아오고, 마을 사람들과 교우들, 작은 예배당이 가득하다.
성탄이란 본래 먼 길을 걸어 만날 사람을 사랑으로 만나는 날. 그리움으로 단강을 찾은 사람들을 고맙게 만나 함께 성탄축하의 시간을 갖는다. 뒤에 벗어놓은 신발들은 모인 사람들의 두 배. 마구 엉겨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정겹다.
박수와 웃음이 이어지는 순서와 순서들. 순서를 맡은 아이들마다 이날의 기억이 평생으로 남기를. 축하순서가 끝나갈 무렵 어김없이 나타난 산타! 아이들의 눈이 별빛처럼 빛난다. "단강 엔 산타가 없어요"라는 말을 아픔으로 기억하고 해마다 단강을 산타로 찾아오는 고마운 손길. 포장된 선물보다도 빛나는 꿈을 선물하고 돌아간다.
촛불 하나씩을 밝히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마음으로 새기는 성탄의 의미와 사랑으로 나누 는 성탄 인사. 성탄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이천년 전 첫 성탄의 밤도 이렇지 않았을까. 적어도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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