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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알지 못하는 즐거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062 추천 수 0 2002.05.04 20: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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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 남이 알지 못하는 즐거움

  조숙원 집사님네서 속회 예배가 있었다. 그동안 마을별로 속을 나눠 모여 왔지만 일철이 나서고 나면 모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았다. 형편을 잘 알면서도 다그칠 수만은 없는 일, 속회는 서로에게 쉽지 않은 모임이었다.
올해는 속회를 아예 한 속으로 편성하였다. 다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며 일 철이라는 벽을 넘어보자, 그런 생각에서였다.
조숙원 집사님네서 속회 예배를 드리던 날, 집사님네 안방이 가득 찼다. 섬뜰은 물론 아랫말에서 박정숙 집사님까지 올라오니 방안이 그득했다.
"윗작실을 몇 년만에 올라오는지 모르겠네."
박집사님의 말이 맞았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끝정자에서 윗작실 죽마골을 찾는 건 드물고 드문 일, 속회를 한 속으로 모이니 모처럼 서로의 가정을 방문하게 되는 유익함이 있었다.
차 한잔씩 나누면 좋겠고, 음식을 차려도 조촐하게 차리자고 했지만, 조숙원 집사님은 갖가지 음식을 한 상 가득 준비해 놓고 있었다. 집사님이 준비한 음식에다 옆집 이병화씨네서 보내온 음식까지 있어 상이 가득했다.
음식을 나누며 나누는 이야기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성도의 교제시간에 충분히 가깝다. 서로가 민망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만 삼간다면 얼마나 좋은 시간인가.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자 아랫말에서 올라온 박집사님이 김기봉씨네 근황을 알려준다.
김기봉씨 내외, 은주 어머니, 광철씨, 남철씨, 그들이 거의 매일 기봉씨네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마을에선 모두가 안쓰럽게 여기는 사람들, 그래도 그들은 막역한 친구들처럼 모여 시간을 보내는데, 가만 가보면 언제나 웃음꽃이 핀다는 얘기였다.
나무는 광철씨와 남철씨가 다 해오고, 그 나무로 뜨뜻하게 불을 때 방안은 언제라도 훈훈하고 방 청소는 언제라도 은주 어머니 몫. 기봉씨 부인은 밥만 잔뜩 해놓으면 되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둘러앉아 웃고 얘기하고, 하루 하루를 그렇게 보낸다는 것이다.
박정숙 집사님이 얘길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할지 모르지만, 천국은 거기가 천국 같아요."
모여 남 험담하는 것 없고, 냄새난다고 서로를 탓하는 것도 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고 그 얘기가 재미있어 다같이 웃고, 그러다 배고프면 한 상에 둘러앉아 밥 먹고, 방 식으면 불때고, 나무 떨어지면 지게 지고 산에가 나무하고...
남들이 뭐라 하건 그들이 보내는 시간은 그들만의 시간, 천진한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는 시간인 셈이다.
누구에게나 남이 알지 못하는 어둠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남이 알지 못하는 즐거움 또한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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