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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아이들과 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01 추천 수 0 2002.05.09 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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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 아이들과 눈

싫도록 눈이 내린 겨울이었다.
겨우 눈길을 뚫을 만 하면 또 눈, 한겨울 내내 눈에서 자유로운 날이 없을 정도였다. 버스가 동네로 들어오질 않는 날도 제법 되었다. 한겨울 시골에서야 양식과 땔감이 있으면 큰 걱정은 없는 셈이지만, 그래도 너무 자주 오는 눈은 한해 농사를 걱정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혹 여름에 물난리가 나는 것 아닌가. 걱정들을 했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한겨울 큰 눈이 내린 해에는 여름철 물난리가 나기 쉽다는 이치는.
다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시간이 날 때마다 비료부대를 들고 동네 뒷산, 경사진 면을 따라 산소가 있는 상자골 쪽으로 달려가 눈썰매 타기를 즐겼다.
비닐로 된 비료 부대를 깔고 앉으면 눈썰매가 따로 없어 쌩-, 신나게 달리니 그처럼 재미있는 일도 드물다. 아픈 엉덩이를 위해선 비료부대 안에 짚을 넣으면 되니 기가막힌 눈썰매인 셈이다. 이내 옷이 다 젖고 두볼은 딸기처럼 빨간데, 해는 어찌 그리 일찍 지고 그리고 나면 동네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
"애들아 밥먹어라!"
1908.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을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 박은수 목사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가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생일을 자축하는 의미로 엘에이 근교에 있는 발디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한참 힘든 때인지라 산을  오르며 새로운 마음을 다지고 싶었답니다.
'대머리'라는 뜻을 가진 발디산은 3,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입니다.
물병 하나와 햄버거를 챙겨든 채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올랐는데 산에 오르는 일이 생각처럼 만만하지를 않았습니다. 숨이 가쁘고 다리가 풀리는 게 그냥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낮아지는 기압을 몸으로 느끼게 되어 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걸 참고 산을 올랐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자 더는 꼼짝 못할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푹 퍼져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웬걸, 보니 한 젊은 여자가 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전거를 타고, 산꼭대기 쪽에서 말입니다. 자신은 맨몸으로 오르는 것도 힘에 부쳐 포기하고 있는데 젊은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니, 친구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얼마쯤 더 올라가자 다시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무리요 욕심이다 생각하고는 다시 포기를 한 채 주저앉았습니다. 노란 하늘이 빙빙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입니까. 그야말로 모든 걸 포기하고 '뻗어'있는데, 누가 산에서 내려오더랍니다. 잘 못 보았나 싶어 자세히 보니 나이가 지긋한 노인 부부가 맞았습니다. 편안한 웃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은 노부부가 서로를 부축하며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친구는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어섰고, 마침내 정상까지 오를 수가 있었습니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해 나중에는 엉금엉금 손으로 기며 산을 올랐지만 더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를 수가 있었습니다.
산에서 만난 산악 자전거를 탄 젊은 여자와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노부부, 그들은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려는 친구의 마음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들을 본 친구는 맥없이 주저앉아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몹시 부끄러웠고 결국은 포기했던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마도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친구는 진작 포기하고 말았겠지요.
산을 오르던 친구에게 힘이 되어준 젊은 여자와 노부부의 모습이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들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감으로써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길을 성실하게 갈 때 누군가는 나의 모습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는 것인가 봅니다.
친구가 대머리 산을 오르며 만난 젊은 여자와 노부부, 우리의 삶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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