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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가장 소중한 것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921 추천 수 0 2002.05.25 17: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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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진정 가장 소중한 것

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늦은 밤이었습니다. 마을에 거의 다 와 염태고개를 넘을 즈음 신작로에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는데 트럭 앞엔 누군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어둠 속이긴 했지만 트럭의 번호와 그 앞에 앉아 있는 낯익은 모습. 병철씨였습니다. 차를 후진시켜 트럭 가까이 다가 같더니 맞았습니다. 트럭 앞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뜻밖이었습니다.
"아니, 무얼 해요? 이 늦은 시간에?"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되고 하여 물었더니
"물 푸고 있어요. 벌써 5일째 밤을 새우고 있는걸요." 하는 것이 아닙니까.
  물이 없어 때가 지나도록 모를 심지 못하자 정산리 개울로부터 염태고개까지 물을 퍼 올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거리가 얼만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밤을 새워 물을 푸고 있다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150만원짜리 양수기와 엄청난 길이의 물 호스를 새로 샀다며 올해처럼 힘들어서야 어디 농사를 짓겠냐며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누군가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이웃 마을에 사는 이장과 젊은 농사꾼이었습니다. 만나보니 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그들은 벌써 18일째 물을 푸고 있다고 했습니다. 논이 먼 곳에 있어 양수기를 4대나 연결하여 물을 퍼 올리고 있었습니다.
  양수기를 한 대 돌리는데 하룻밤 사이에 드는 휘발류가 두말 가량. 양수기 4대를 돌리니 하룻밤 사이에 드는 기름만 여덟말이 넘는 셈입니다. 땅을 간 트렉터 값, 모심은 이양기 값, 비료값, 제초제... 어쩌면 올 해 농사는 시작도 하기 전 뻔한 적자일지도 모릅니다.
  밤의 한기도 이길 겸 속상함도 달랠 겸 술을 마신 젊은 농사꾼이 그런 걱정에 대해 "우리 농사꾼들은 100원 들어가 80원 건지드라두 농사지어야 해요. 손해 본다고 땅을 놀릴 수는 없잖아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얘기가 마음 아프게, 거룩하게 와 닿았습니다.
  비싼 돈 들여 공사한 농수로 공사만 제대로 했어도 물이 넉넉했을 텐데 농수로 공사는 순 엉터리 공사, 물이 어디로 새는지도 모르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자는 없고 손해를 감수한 농민들만 밤잠을 못 이루며 생고생을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통해 '양식'의 의미와 고마움을 마음 깊이 새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가뭄을 통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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