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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마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28 추천 수 0 2002.05.25 17: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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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 농부의 마음  

  아랫말 이창득씨가 물을 풉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비는 안 오고 작실 논에 물을 댈 길은 없고, 천상 강물을 퍼 올리기로 했습니다.
강에서 작실까지? 상상이 안 되는 거리입니다. 강에서부터 시작하여 마른 개울을 따라 신작로에 이르고, 신작로에서 섬뜰을 거쳐 작실로 올라가는 막막한 거리. 유일하게 남아 있는 물인 강으로 눈을 돌려, 그 물을 퍼 올리기로 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의외였습니다.
아픈 마음을 건드리지 싶어 조심스레 거리를 물었더니 2,300미터, 2키로가 넘는 거리였습니다. 그 먼 거리를 한꺼번에 밀어 올릴 양수기는 없고, 곳곳에 릴레이 하듯 연결시켜 놓은 양수기가 6대입니다. 끌어올린 물을 고무 함지에 받고 그 물을 다시 양수기로 퍼 올리는 방식입니다.
길가에 늘어뜨려 놓은 호스의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곳곳이 터져 물이 새면 부지런히 오가며 터진 부분을 막고, 이창득씨와 그의 일을 돕는 기봉씨의 발길이 몇날며칠 분주합니다. 전기를 끌어올 수 있는 곳은 전기모터를 놓고, 그렇지 못한 곳은 기름으로 돌리는 양수기를 놓고, 하루종일 밤새도록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 고무 함지에 물 담기는 소리 끊이질 않습니다.
  벼농사 지어 크게 남는 것도 없는데 물을 푸는 데만 이 많은 수고와 비용이 드니 뻔한 농촌살림에 큰 걱정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어떡하죠?" 뭐라 할 말이 없어 그렇게 묻자
"원래 쌀 두말 들여 쌀 한말 먹는다는 옛말이 있쟎아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창득씨는 예의 그 환한 웃음으로 그렇게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저게 농부의 마음이구나.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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