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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경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10 추천 수 0 2002.06.02 23: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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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농사경험

  서울에서 학생들이 내려왔다.
  진관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이다.
  진관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유경선 목사님으로부터 어느날 연락이왔다. 도시에 사는 학생들에게 농사 짓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데.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인우재 아래 작은 논에 물을 대고, 갈고 삶아 두었다. 그나마 물을 댈 수 있는 논이 그것뿐이었다.
  조금 일찍 왔으면 함께 주일 아침예배를 드렸을 것을. 아쉽게도 학생들은 막 예배를 마칠 즈음에 도착하였다. 학생들과 교사, 같이 온 분들이 예배당으로 들어서자 예배당이 꽉 찼다.
  '언제나 농촌으로 젊은이들이 돌아와 오늘처럼 예배를 드릴수 있을지' 예배를 마치고 인우재로 올라가 점심을 먹은 뒤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을 논으로 안내를 하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진다. 삶은 논에서는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 보니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거머리들.
  여학생들이 안 들어가려고 버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들어가긴 했는데 발 옆에서 꾸물거리는 거머리들.
  "끼-약!" 비명을 지르며 용수철 튀듯 논밖으로 튀어나온다.
  못줄을 오랜만에 띄운다.
  때 맞춰 병철씨가 모심는 요령을 설명을 했다.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부모님께 용돈이나 타서 쓰는 응석받이들이 바지를 걷고 논에 들어가 모를 심는다.
  허리 굽혀 모 한번 심을 때마다 저들의 가슴에도 푸른빛이 번지리라. 생명의 씨앗이 가슴에 심기리라. 흙 기운이 도심에 젖은 마음을 어루만지리라
  학생들 일하러 왔는데 그냥 보내면 되겠냐며 이필로권사님께서 쑥떡을 해 주셨다. 더 없이 고마운 정이고, 따뜻한 배려다.
  모 심기를 끝낸 학생들이 새참 삼아 떡을 나눠 먹었다.
  가을쯤 다시 올 수 있다면 서툰 낫질로 벼를 베고 함께 떡이라도 해 먹고 싶어 이야기를 했다.
  과연 도시의 학생들은 한나절 농사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들뜬 마음으로 가을철 다시 논을 찾을지. 한번이면 족해요, 외면을 할지.  20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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