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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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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예배당 화장실
예배당 화장실을 수세식 변기로 바꿨다. 말이 수세식이지 재래식과 수세식의 중간쯤 되는 형태다. 모양은 양변기지만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수도와 연결될 필요 없이 양변기 뒤에 있는 통에 물을 채워 두고 버튼을 누르면 소량의 물로 용변을 씻어내는 방식이다. 정화조를 따로 묻지 않고 통이 차면 퍼내는 방식이니, 그야말로 수세식과 재래식의 짬뽕이다.
재래식 화장실이 쓰기는 속이 편한데 한여름이면 곤욕을 치른다. 파리와 구더기떼, 목사네 식구와 교우들은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따금씩 들르는 손님들과 한여름에 찾아오는 봉사팀들에겐 악몽의 시간들이다.
그런 모습 번번이 대하기가 민망하고 미안하여 화장실을 개조하게 된 것이었다. 포말식으로 된 것도 있었지만 잔고장이 있다하여 수세식을 택했다. 공사는어렵지 않게 끝났다. 재래식 변기를 꺼낸 뒤 그 자리에 양변기를 안히고 그 위에 물통을 하나 다는 것이 공사의 전부였다.
그런데 변기를 바구고 나니 당장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재래식 변기일 대는 몰랐는데 그 자리에 양변기를 놓고 나니 공간이 너무 협소해졌다. 덩치가 큰 나는 무릎이 벽에 닿아 제대로 앉을 수도 없었다.
여자화장실도 좁기는 마찬가지였다. 난감했다. 깨끗하고 편리한 화장실을 갖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괜한 자괴감 마저 들었다. 여러 가지로 궁리하다가 화장실 벽을 늘리기로 했다. 그래도 그게 최선이다 싶었다 동네 변완수씨를 찾아가 의논을 했다. 그리고 일을 부탁 드렸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박종관씨가 찾아왔다. 변완수씨로부터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시며 마을사람 5명이 자원하여 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고비를 드리고 일을 부탁드린 것인데 서로 이야기하여 봉사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박종관, 변학수, 변완수, 김재용, 최태준, 모두 교회에 나오시지 않는 마을 분들이시다. 그런데도 궂다면 궂은 교회 화장실 일을 자원하여 하시겠다니, 비할 데 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결국 그분들이 저녁 늦게까지 수고를 했다. 마침 부산쪽을 다녀오는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우게 되었지만 그분들은 괜찮다며 목사도 없는 사이 스스로 일을 해 주었다. "교회를 위해 흘린 분들의 땀방울이 기도를 하며 흘리는 땀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자"고 교우들과 함께 그분들의 수고를 기렸다. 20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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