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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47 추천 수 0 2002.07.15 10: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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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아, 선생님!

강호성 형제가 교회 게시판에 <뉴스앤조이>에 실린 기사 하나를 인쇄해 부착해 놓았다.
한종호 목사님이 자신이 편집인으로 있는 <뉴스앤조이> 신문에 단강을 떠날 때의 일을 기 사로 쓴 것이었다. 따뜻하고도 분명한 마음을 가진 젊은 목사님, 교회의 참다운 개혁을 꿈꾸며 험한 길을 스스로 택한, 내가 마음으로 신뢰하는 목사님이다. 단강에서 송별예배를 드리던 날 그 바쁜 사람이 먼길을 찾아와 함께 예배를 드렸는데, 바로 단강을 떠나는 모습과 사연에 대해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썼던 것이다.
긴 글을 읽으며 지난 시간이 새로웠다. 내가 이런 삶을 살았구나, 정말 이랬나,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으로 단강에서 지낸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며칠 뒤 교우 가정을 심방하던 중에 <뉴스앤조이> 홈페이지(newsnjoy.co.kr)에 들어가 보 았더니 한목사님의 글 아래 '독자의견 쓰기' 란에 몇 몇 사람들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두 사람이 형제간이 아니냐는 질문부터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격려까지 다양한 글이 있었 다.
그 중 낯익은 이름이 있어 조심스레 글을 열어보았다. 맞았다, 민영진 목사님이셨다. 지금은 대한성서공회에 계시고, 내 신학교 시절 구약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이셨다. 바로 그 민목사님께서 글을 올려주신 것이었다. 뜻밖에도 제목이 '우리가 독일에 준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그가 단강을 떠나 프랑크푸르트로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아파 속으로 울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나라 교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보물 가운데 하나를 독일을 위해서, 그리고 독일에 있는 우리 자매와 형제들을 위해 보냈습니다.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고 독일이 복 받기를 바랍니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목이 메었다. 독일로 떠나오기 전날엔 지방에서의 바쁜 일정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서울로 올라오셔서는 사모님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주시며 격려해 주셨는데, 그 고마운 마음이 아직 따뜻한 온기로 남아있는데 다시 한 번 가슴을 울리는 글을 받게 되었으니 감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뜻 창 밖을 바라보며 목사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시골 한 구석에 박혀 10여 년 촌뜨기 목사로 살아왔을 뿐인 부족한 사람을 그렇게 따뜻하게 바라보며 격려해 주시니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엄한 당부요, 선한 기대로 받습니다.
코흘리개 신학교 시절, 저는 목사님으로부터 성경을, 구약성경을 배웠습니다. 제가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것은 성경의 내용보다도 '성경을 대하는 태도'였고, 그것은 제게 가장 소중한 가르침으로 남아있습니다. 낱낱의 가르침도 가르침이었지만 성경을 대하는 마음가짐, 성경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에게서 풍겨 나오는 성경에 대한 외경심은 늘 향기로웠고, 그 향기는 보통의 강의실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경건함이기도 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튼튼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경외감을 가지고 말씀을 대하는 일이 먼저라는 사실을 성경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통해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목사님께는 목사님이 가장 귀하게 여기실 '목사님'이라는 호칭을 두고, 학교에서 늘 불렀던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두고 사실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고백을 뒤늦게 합니다. 말씀을 대하는 태도, 가장 귀한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드립니다.
그 날 대한성서공회 앞에서 찍은 사진은 잘 나왔는지요? 성서번역과 보급, 많은 강의 등 목사님이 감당하시는 무게와 시간 시간 의미로 가득한 삶을 오히려 가벼운 웃음으로 받으시는 그 모습을 이제는 다시 눈 여겨 배우고 싶습니다. 사모님과 나누시는 정도 큰 교훈입니다. 한 사람을 지극하게 사랑하는 것이 이 세상을 사랑하는 첫 걸음임을, 두 분이 수저 하나로 불편 없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통해 기분 좋게 배웠습니다. 그 또한 정말 기분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마음 속 언제라도 좋은 선생님으로 계셔서 두고두고 좋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언제 독일에서 뵙는 즐거움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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