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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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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앵두 보리똥 월드컵
브라질 월드컵이 코앞이다. 나 또한 축구협회에 불만이 매우 많아. 요샛말로 축피아. 그래도 수북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조기 축구를 비롯하여 유소년 축구교실 애들까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작년 여름, 남미오지여행 고생 끝에 브라질에 입성했는데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그 동네 ‘노는 아이들’과 공도 찼다. 알랑가 몰라. 나 그런 몸이셔. 개인적으로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특히 폭포수 커브 김진우 투수와 부처님 작은아버지 한대화 수석코치님 광팬이라서(사인볼 부탁해요)… 그래도 야구만큼 축구도 세상에 꼭 필요한 재미 하나 아니겠는가.
스포츠에 빠져 세상사 모두 잊을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살아있는 시민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정치 문제들, 그러려면 예선 전패하고 빨리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 “마약 중에서도 가장 선동적인 마취제 ‘성조기여 영원하라!’ 노래.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설교, 국기를 늘어뜨린 관,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운구대원… 대중을 좀비로 만드는 데 이만한 것은 없지”(필립 로스의 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 애국심이 비뚤어지면 나치 같은 괴물을 낳지. 그렇지만, 하지만, 박주영 선수의 기도를 이제는 하느님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구두쇠 짠돌이 하느님.
아이들이 드문 동네엔 공이라고 하늘에 뜬 낮달과 태양뿐이로다. 젊은 축에 끼는 국씨 아짐씨 젖가슴은 축구공에서 야구공으로 아니 탁구공으로 변한 지 오래되었고. 전쟁하듯 지방선거를 치른 분들도 축구공처럼 둥근 마음을 가지고 상대편을 품어가야지 어쩌겠누. 한동네에서 같이 살아가려면 그 수밖에는 길이 없어.
뜰에 ‘둥글게 둥글게’ 앵두가 열렸다. 나와 새들이 앵두를 가운데 놓고 한판 월드컵 경기 중. 잠깐 한눈판 사이 앵두는 새들의 것이고, 공격수처럼 날쌔게 다가가면 뒷걸음질을 친다. 남녘에선 ‘보리똥’이라고 부르는 보리수나무 열매도 산새들이 차지하려고 난리. 연전연패. 에라~ 열매를 모두 따다 술을 담가 버릴까. 아서라. 이 주정뱅이 목사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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