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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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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평양 냉면
당신이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욕조가 물을 기다리듯 가뭄에 탄 저수지가 빗물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래도 남녘은 홑적삼 젖을 만큼은 비가 내렸어. 북녘은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맛봤을 뿐. 담양에 살다보니 광양 단양 밀양 양양 영양 정양 함양, 이런 곳이 마치 이웃동네 같다. 거기다 평양을 빠트릴 순 없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겨레의 한 고향 평양. 국가보안법이 암만 시퍼래도 수런대는 수천수만의 밀어들까지 잡아 가둘 수는 없는 법. 평양을 도읍지로 삼고 사는 저쪽에 이러다가 또 큰 흉년이 들지나 않을까. 배고픈 사람들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모국어를 같이 사용하는 동포라면 날씨 예보 들으며 이런 걱정 한번쯤은 해보았겠지. 따뜻한 피가 감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헤어져 이렇게 소 닭보듯 지낼 것인가.
흰 메리야스 차림의 아재가 들녘에 물꼬 보고 오는 걸음새를 보아 하니 매가리가 축 늘어져 있다. 자글자글 햇빛이 끓고 있는 논바닥에서도 더운 바람이 굉장해라. 바닷가 ‘포’나 ‘진’에 오래도록 살다가 뭍 땅 ‘양’으로 이사를 온 뒤부턴 빗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물 한 바가지의 감사함, 두레박을 내리고 퍼 올린 맑은 생수를 허투루 쓸 수가 없다. 하물며 냉면을 먹어도 비빔냉면보다는 물냉면을 찾게 되고, 어디 식사자리에 초대받아 가면 해산물에 덥석 손부터 간다.
면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여름엔 냉면을 자주 먹게 되는데, 힛~ 나는 수북면 면민이라서 면을 아예 기본으로 달고 살지. 부랴부랴 첫차로 일 나가는 노동자. 밤새 마신 술로 토악질을 하다가도 점심끼니 냉면 한 그릇은 수분을 보충해주고 해장을 돕는다. 입맛이 없는 여름 더위엔 냉면이 최고야. 평양 냉면을 자주 먹어야 통일 입맛도 지닐 수 있음이렷다. 햄버거와 피자, 빙수, 아이스크림이 아무리 맛나다지만 여름엔 그래도 냉면이지. 입맛 음식맛이 결국 고향이고 조국이지 않던가. 평양 냉면, 함흥 냉면… 수수만년 즐기리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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