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은자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12 추천 수 0 2014.10.26 16:07:27
.........

 

[임의진의 시골편지] 은자들
     
‘도레미파솔라시도’ 발음하기는 쉬워도 노래를 만들어 부르라면 어려운 법. 수많은 가르침을 듣고 배워도 실천하고 행하는 일은 간단치가 않다. 그래 사는 일, 살아보는 일을 포기하고 배우는 일에만 허송세월하는 분들도 많아라. 틈새시장이랄까, 도사 흉내를 내는 승냥이들이 이런 양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오히려 농사짓고 사는 촌로들이 학삐리 수도자보다 백배 건강하며 소로나 토머스 머튼을 능가하는 명상가, 신비가들로 가득한데 왜들 다른 데서 지혜를 구할까.
“먼뎅이(먼 산)엔 비구름이 꽉 찼소만 쪼잔허게 소낙우 조깐 내리고 말아부요잉. 포장헌다고 엎어둔 질(길)이 흑몬지(흙먼지)가 뿌야튼만 메욕(목욕)이라도 허겄다 싶었지라이.” 한숨 쉬는 할망구. 찌는 더위를 피해 이 은자는 민물비트리(다슬기)를 잡아 옆구리에 차고서 피서를 즐기던 순간이었다. “물이 솔찬이 차갈거신디. 이 더위에 추와서 저승가메(상여) 타불믄 큰 박수야 받겄소만. 날벌가지(날벌레)도 많고 그란디 이적시(이제껏) 물에 지셨소? 부처님이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등만 아조 물에 지피 빠지셔꾸만.” 농으로 걱정까지 해주시고.
“빌라도(별나게도) 오늘은 석양 하늘이 곱소야. 뱃속이 허심헝께 그랑가 몰르겄는디, 히히. 인자 나도 올라갈 날이 머지않응게 그래 보이겄지라잉.” 산처럼 굽은 등을 기우뚱거리며 썰렁한 빈집을 향해 가시던 차 한 말씀 내려주시네.
둘러보면 모두가 은자들. 경자 안자 미자 순자, 아니 노자 장자 말고도 은자가 있다는 거.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어떤 봉쇄 수도자보다 맑은 얼굴들. 이 산촌은 내게 수도원이나 진배없는 곳. “은둔은 모든 가면과 위선을 벗기는 일. 은둔은 절대 허위를 참아주지 않네. 명백한 확언이나 침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숲의 고요에 의해 조롱받고 심판받으리.” 달이 차오른 밤, 침묵의 시간이로다. 은자들은 잘 때 푹 자고 깨어있을 땐 호랑이 물어가도 죽지 않을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린다. 잡초를 뽑고 씨를 뿌리며 특별한 방법이나 비책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은자들에게 우리 어찌 반하지 않을손가.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임의진 [시골편지]은자들 임의진 2014-10-26 312
8751 이현주 가난한 마음 이현주 2014-12-18 312
8750 이해인 있잖니 꼭 그맘때 이해인 2014-12-31 314
8749 김남준 진리의 허리띠 김남준 2018-02-27 314
8748 이해인 사랑의 말 이해인 2015-03-20 316
8747 이현주 사랑이라는 이름의 주님 이현주 2014-12-16 318
8746 이현주 오직 주님만 이현주 2014-12-23 320
8745 김남준 거의 기도할 수 없다면 김남준 2014-10-19 321
8744 이현주 사랑놀이 이현주 2014-10-31 321
8743 한희철 특별찬양 한희철 2002-03-23 323
8742 이현주 완벽한 자유 이현주 2014-10-31 323
8741 한희철 한희철 2014-10-01 325
8740 이현주 소박한 소원 이현주 2014-12-30 325
8739 이현주 지나가던 구름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현주 2015-03-10 325
8738 한희철 은전 한희철 2014-10-01 327
8737 한희철 그들이 농부 [1] 한희철 2014-10-01 327
8736 한희철 엄마 한희철 2014-10-29 327
8735 한희철 자(尺) 한희철 2014-11-10 327
8734 이현주 행복한 내 인생의 여정 이현주 2016-08-26 328
8733 김남준 인간 전 존재의 존엄성 김남준 2014-09-02 329
8732 김남준 우리의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 김남준 2014-09-23 329
8731 이현주 누나 이현주 2017-08-21 329
8730 한희철 누군가 너를 생각할 때 한희철 2014-11-18 330
8729 이현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현주 2014-12-16 330
8728 이현주 누구의 것인가요? 이현주 2014-12-23 330
8727 이현주 그림자 연극 이현주 2014-11-18 333
8726 이현주 아멘이라는 말밖에는 이현주 2015-01-01 333
8725 임의진 [시골편지] 군산 노을 file 임의진 2016-04-25 333
8724 한희철 한 아이 한희철 2014-10-31 334
8723 이해인 옷 정리 이해인 2015-03-02 334
8722 한희철 일렁임 한희철 2014-10-01 336
8721 한희철 중심 한희철 2014-10-29 336
8720 임의진 [시골편지]석별의 정 file 임의진 2015-10-10 336
8719 김남준 영육 모두 신적 돌봄의 대상임 김남준 2014-09-02 337
8718 이해인 죽은 아기를 위하여 이해인 2014-12-31 33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