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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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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은자들
‘도레미파솔라시도’ 발음하기는 쉬워도 노래를 만들어 부르라면 어려운 법. 수많은 가르침을 듣고 배워도 실천하고 행하는 일은 간단치가 않다. 그래 사는 일, 살아보는 일을 포기하고 배우는 일에만 허송세월하는 분들도 많아라. 틈새시장이랄까, 도사 흉내를 내는 승냥이들이 이런 양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오히려 농사짓고 사는 촌로들이 학삐리 수도자보다 백배 건강하며 소로나 토머스 머튼을 능가하는 명상가, 신비가들로 가득한데 왜들 다른 데서 지혜를 구할까.
“먼뎅이(먼 산)엔 비구름이 꽉 찼소만 쪼잔허게 소낙우 조깐 내리고 말아부요잉. 포장헌다고 엎어둔 질(길)이 흑몬지(흙먼지)가 뿌야튼만 메욕(목욕)이라도 허겄다 싶었지라이.” 한숨 쉬는 할망구. 찌는 더위를 피해 이 은자는 민물비트리(다슬기)를 잡아 옆구리에 차고서 피서를 즐기던 순간이었다. “물이 솔찬이 차갈거신디. 이 더위에 추와서 저승가메(상여) 타불믄 큰 박수야 받겄소만. 날벌가지(날벌레)도 많고 그란디 이적시(이제껏) 물에 지셨소? 부처님이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등만 아조 물에 지피 빠지셔꾸만.” 농으로 걱정까지 해주시고.
“빌라도(별나게도) 오늘은 석양 하늘이 곱소야. 뱃속이 허심헝께 그랑가 몰르겄는디, 히히. 인자 나도 올라갈 날이 머지않응게 그래 보이겄지라잉.” 산처럼 굽은 등을 기우뚱거리며 썰렁한 빈집을 향해 가시던 차 한 말씀 내려주시네.
둘러보면 모두가 은자들. 경자 안자 미자 순자, 아니 노자 장자 말고도 은자가 있다는 거.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어떤 봉쇄 수도자보다 맑은 얼굴들. 이 산촌은 내게 수도원이나 진배없는 곳. “은둔은 모든 가면과 위선을 벗기는 일. 은둔은 절대 허위를 참아주지 않네. 명백한 확언이나 침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숲의 고요에 의해 조롱받고 심판받으리.” 달이 차오른 밤, 침묵의 시간이로다. 은자들은 잘 때 푹 자고 깨어있을 땐 호랑이 물어가도 죽지 않을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린다. 잡초를 뽑고 씨를 뿌리며 특별한 방법이나 비책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은자들에게 우리 어찌 반하지 않을손가.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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