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임의진의 시골편지]선한 양치기
농부는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 농부가 되는 걸까. 들바람이 꼭두머리로 불어 지극하게 쓰다듬을 때 농부로 인증받는 걸까. 자운영꽃이 정성스레 발뒤꿈치를 매만져 주는 날, 그 시로 들녘을 사는 농부가 되는 걸까. 최보따리 해월 선생은 스승 수운을 만났을 때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한다. 아! 가슴이 뜨겁게 되면 그날로 제자가 되는 걸까.
스님은 계를 받는다하고, 천주교 사제는 서품을 받는데 개신교 목사는 안수를 받는다. 나도 신학교를 거쳐 목사 안수를 받았다. 내게 안수를 주신 분은 통일 선구자 조용술 목사님이다. 평생 민주화와 분단 극복에 한목숨 바치셨던 믿음의 아버지. 범민련 베를린 3자회담을 하고 귀국길에 공항에서부터 연행되어 구속되셨는데, 그때가 일흔이 넘은 노구였다. 우리 목사님은 평생을 독재정권에 의한 연행, 수감, 감시와 처벌을 달고 사셨던 분이다. 작은 믿음의 씨가 떨어져 나 같은 후예를 두셨는데, 늘 뜻을 받들지 못하고 사는 일이 죄스럽다. 우리는 이런 분을 모두 까맣게 잊고 산다. 이름이 비슷한 어떤 목사님은 정반대 인생을 살고 계시는데, 그 부유하고 의뭉스러운 이름 앞엔 다투어 줄들을 서고….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일이 머지않았다. 그분이 사목했던 아르헨티나 성당도 가보았고, 후배들인 사제들을 만나기도 했었다. 사뭇 다른 그분의 행보 앞에 세계가 많은 자성과 변화를 주문받고 있다는 반응들이었다. 최근엔 교종의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을 줄을 쳐가며 읽기도 했다. “오늘날 모든 것이 더 힘들다고 말하지 맙시다. 다만 다를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앞서가며 그 시대의 어려움에 맞서 싸운 성인들에게서 (길을) 배웁시다.”
이 외딴 동네에도 교회들이 몇 갈라져 있는데 성인들의 길을 따르기보다는 온갖 경영이론을 총동원하여 부흥과 성장이라는 배불리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대도시 교회들은 안 봐도 훤하겠고. 선한 양치기를 만나기 힘든 시절. 문제는 깨어있지 못하는, 우매한 양들에게도 있겠다. 여하튼 우리 시대의 선한 양치기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임의진 목사 시인>
|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