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닭장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592 추천 수 0 2014.10.26 16:07:27
.........

 

[임의진의 시골편지] 닭장
    
윗분 별명이 닭이 된 후부터 닭에 관한 글을 쓰는 마음조차 요상스럽다. 자기 검열이랄까.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호들갑이 아냐. 소식을 들어 아시겠지만, 광주 비엔날레는 허수아비와 닭으로 풍비박산이 나는 중이렷다. 옥수수를 산새로부터 지키려면 허수아비가 필요하고, 마당에 닭을 풀어놓아야 달걀이라도 주워 먹는 산골에선 피식 웃어버리면 그만일 풍경인데….
닭장을 지어놓고 달걀 맛을 보며 살던 할배가 이승을 뜨자 닭장이 필요 없어진 할매는 나더러 닭장을 가져가 써보겠느냐 그러셨다. 닭을 키울 맘은 없는데 철사로 얼기설기 수제로 만든, 핸드메이드 닭장이 매우 예뻤기에 솔깃한 마음도 들었지. 가두고 키우려면 닭과 병아리에게 미안해서 포기. 예전에 폭정에 맞서 데모하다 이른바 닭장에도 끌려가 봤다. 한번은 불심검문에 걸려 빨갱이 외국서적이 가방에 들어 있다 하여 귀싸대기를 얻어맞기도 했었다. 사회과학책도 아니고 그냥 수필집이었는데 너무 억울하여 지금도 따귀가 얼얼해. 이런 웃지 못할 촌극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니. 그 시대를 주도했던 폭군들이 여태 건재하고, 아무리 복고풍이 유행이라지만 급행열차로 역주행인 세상을 보면 전라도 말로 ‘얼척이 없다’.
폭군 같던 폭염도 주춤. 입추 지나니 곧바로 살갗에 닿는 바람부터가 달라. 초복 중복 말복 광복. 해방이다 해방! 검둥개 누렁이도 무사하고 닭들도 모두 안녕. 퇴비를 내는 뒤꼍에 지렁이가 떼로 곰지락거리는데, 들고양이 사나워 닭들 얼씬도 않는 그곳에 삽을 들이밀었지. 지렁이 밥을 안겨주었더니 동네 닭들이 나를 알아보고 쫑쫑 뒤를 따른다.
통닭구이라는 고문을 자행하고 간첩 색출에 눈알이 발갰던 분들. 요즘도 심심하면 소설 쓰듯 지어내는 간첩단 조작사건…. 동네 치킨집에서 치맥이나 하며 오순도순 살아도 부족한 짧은 인생이거늘.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런 거 아닌가? 나이가 들면 권력을 버리고 시골로 낙향해 닭들 키우며 사는 것. 사람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닭들 보살피는 닭장이나 지으며.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72 이현주 주님의 이름표 이현주 2014-03-31 591
8471 이현주 주님께 맞추기 이현즈 2014-05-07 591
8470 임의진 [시골편지] 동방예의지국 임의진 2014-05-14 592
» 임의진 [시골편지] 닭장 임의진 2014-10-26 592
8468 임의진 [시골편지] 금메달 토끼 이빨 임의진 2014-05-14 594
8467 이현주 기대하지 말게 하소서 이현주 2014-05-07 595
8466 이현주 어머니처럼 이현주 2014-05-07 595
8465 이현주 눈 감으면 보이는 것 이현주 2014-04-18 601
8464 이현주 생명의 미끼 이현주 2014-04-28 601
8463 김남준 간절한 기도 김남준 2014-10-27 601
8462 임의진 [시골편지] ‘나무애미타불’ 임의진 2014-05-14 603
8461 이현주 주인과 나그네 이현주 2014-06-17 605
8460 이현주 주님과 동거 이현주 2014-04-19 609
8459 이현주 저마다 제자리에 이현주 2014-04-21 609
8458 이현주 술래잡기 이현주 2014-03-11 610
8457 김남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김남준 2014-07-22 610
8456 임의진 [시골편지] 노인과 바다 임의진 2014-05-14 612
8455 이현주 상념 이현주 2014-03-04 613
8454 이현주 자연의 질서 이현주 2014-02-23 614
8453 이현주 바랄 것 없어요. 이현주 2014-05-17 615
8452 이현주 돌아가서 하나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현주 2014-02-09 618
8451 이현주 네가 청중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현주 2014-02-09 621
8450 이현주 과유불급(過猶不及) 이현주 2014-06-10 622
8449 임의진 [시골편지] 책상 위에 램프등 임의진 2014-10-26 622
8448 이현주 갈 때도 알몸으로 이현주 2014-05-12 624
8447 이현주 영에서 영으로 이현주 2014-05-17 626
8446 이해인 김연아에게 이해인 2014-03-07 627
8445 이현주 강물이 바다 되듯이 이현주 2014-03-11 629
8444 이현주 벼는 익을수록 이현주 2014-02-23 631
8443 이현주 껍질 벗기 이현주 2014-04-17 631
8442 이현주 넘어지고 일어서고 이현주 2014-05-27 638
8441 이현주 모든 것이 아름답다 이현주 2014-04-28 641
8440 이현주 영혼의 대화 이현주 2014-05-07 641
8439 이현주 열차로 아홉 시간 넘게 이현주 2014-02-09 643
8438 임의진 [시골편지] 하모니카와 키스하는 법 임의진 2014-10-26 64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