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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함과 신기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937 추천 수 0 2002.07.30 16: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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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당연함과 신기함

요즘 우리 가족들은 예배당 교제실에서 식사를 한다. 지하에서 지내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2층으로 올라가 식사를 한다. 우리들보다 아내가 먼저 올라가 식사를 준비하면 나중에 우리가 올라간다. 사택이 마련될 때까지는 이래야 할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던 중 아내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렇게 때마다 식사하는 것이 신기하지 않니?"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아이들이 묻자
"독일에 오면 뭘 먹고사나 걱정했을 텐데, 그래도 때마다 밥과 반찬이 나오잖아."
그러고 보니 밥상엔 반찬이 제법이다. 무채무침도 있고, 김치찌개도 있고, 물김치도 있고, 갈치조림도 있다. 교우들의 정성과 아내의 수고로 마련된 찬들, 아내는 아내대로 불안정한 삶 속에서 식구들 식사를 염려하면서도 때마다 식탁을 차릴 수 있는 것이 스스로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 것 같은데도 끼니때마다 식사를 하게되니 사실 그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운 일인가. 그야말로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은혜를 때마다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대답을 안 하자 아내는 내 생각을 물었다.
"나야 결혼할 때부터 늘 그랬지."
농반 진반 대답을 했다. 먼저 식사를 끝낸 소리와 규민이가 먼저 내려가고 규영이가 남았 을 때 아내는 다시 규영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들이 대답을 안 한 것이 아쉬웠던지, 아이들의 생각이 못내 궁금했던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규영이가 엄마를 빤히 쳐다보며 웃으며 대답을 했다.
"나는 하나도 안 신기한데."
"왜 안 신기해?"
"그게 뭐가 신기해?"
아내와 규영이의 얘기가 이어졌다. 아내는 규영이가 왜 자기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투였고, 규영이는 규영이대로 엄마가 왜 유난스레 고집을 피우나 하는 눈치였다.
아내와 규영이의 대답을 듣다가 한 마디를 했다.
"때마다 상이 차려지는 것을 규영이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거야. 엄마를 믿으니까." 얘기는 뭐,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
설거지를 마친 아내와 같이 내려올 때 다시 생각이 그리로 갔다. 신기하지 않냐고 물었던 아내와 당연하다고 대답했던 막내. 결국은 신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신기한 것이 신앙인에겐 당연한 것일 수 있고, 신앙인에게 신기한 것이 세상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일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일이 생각하기 나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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