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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낮은 곳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23 추천 수 0 2002.07.30 16: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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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때로는 낮은 곳을

여러 날 동안, 정말 지리하게 비가 내린다.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도 비에 대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만큼 날씨는 여러 날 동안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다.
땅에 기댈 듯 낮게 가라앉은 하늘처럼 마음이 가라앉고, 잿빛 하늘을 따라 마음도 무채색 이 된다. 빛의 방향과 그림자의 길이로 자연스레 짐작하던 하루의 시간도 가늠하기 힘들어 어디 낯선 땅에 온 사람처럼 이따금 시계로나 시간의 흐름을 확인하게 된다.
서서 마냥 비를 맞는 나무들, 바람이 없으면 나무들마저 무표정하다. 판화 속에 박힌 그림 같기도 하고, 검은 제복을 입고 서서 시간을 잊은 채 기도를 바치는 수도자들 같기도 하다. 새 발톱처럼 야윈 빈 가지를 하늘로 뻗으며 겨울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기도를 하늘에 바친다. 나무가 봄을 가장 눈부시게 맞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창가에 서서 비가 내리는 하늘과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비가 닿는 땅을 보니 겨울 을 파랗게 견딘 잔디 속 종알종알 찍힌 하얀 점들이 있다. 유심히 보니 작은 꽃망울들이다. 아직 봄의 기운은 어디에도 없는데, 저 작은 꽃들이 겁없이 피어나 자신에게 다가온 때의 예감을 전한다. 작은 것들이 저들끼리 망설임 없이 당차다.
그렇다. 싫도록 내리는 비는 마냥 시간을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택해 모르면 모르라는 듯 말없이 작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몇 날 며칠 내리는 저 비를 어찌 무심하게 무심하다 할까.
때로는 눈을 거둬 땅을 보아야 할 것, 낮은 곳을 살펴야 할 것,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꽃송이 하나에서 하늘 숨결을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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