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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전용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955 추천 수 0 2002.07.30 16: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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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신 전용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핸디는 카드식이다. '카드식'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카드를 사서 그 번호를 입력해 넣고 카드액수 만큼의 통화를 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선불제인 셈이다. 독일에 도착했을 때 교우 한 분이 전해주신 전화다.
카드 액수만큼 통화를 하니 비싼 전화요금이 나오는 일은 없지만 카드 액수가 끝나면 통화를 더 이상 못한다. 통화 중이라고 참아주는 일이 없다. 언제 말을 했냐는 듯 입을 싹 닫고 마는 천연덕스러운 전화.
요즘이 그렇다.
핸디의 카드액수가 다 떨어졌는데 아직 유선전화는 연결이 안 되었다. 누가 전화를 하지 않으면 내 편에선 통화를 할 수 없다. 수신전용 전화가 되었다.
'수신전용'이라는 말은 거북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말이 안 통하는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선뜻 누구에게 연락을 할 수 없다는 작은 불안이 도시속 섬에 갇힌 듯 싶다.
그런 생각을 이내 뒤쫓는 생각이 있다. 지금의 내 삶의 방식 또한 수신전용 아닌가, 무언가를 막연하게 기다려야 하는 그렇게 위태하고 막연한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삶은 늘 그런 것이고, 그걸 아는 것이 가장 확실한 삶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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