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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새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697 추천 수 0 2002.08.04 2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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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정겨운 새들

아침에 일어나 창문 밖으로 하늘을 보니 또 구름이 잔뜩 꼈다. 아파트 5층의 창문엔 하늘이 가득 찬다. 독일의 겨울 풍경이 이런 건지 흐린 날이 참 오래간다.
성경공부가 있는 토요일이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거실에 있는 책상에 앉으니 그새 날이 환하게 개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환하게 퍼지고 있고, 하늘의 구름도 많이 벗겨졌다. 비행기가 지나간 궤적이 푸른 하늘에 오선지처럼 남아있다.
바로 앞 건물 옥상 위에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앉아 있다. 사람이라면 아찔할 저 높이에서 새들은 전혀 불안해하지를 않는다. 날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날개가 있는 자에게 까마득한 높이는 공포가 아닌 자유의 공간, 영혼의 날개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도 마찬가지리라. 영혼의 날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추상명사는 아닐 것이다. 영혼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추락하다'와 '날다의 삶을 구별짓게 하는, 가장 구체적인 잣대일 것이다.
전날 무섭게 내렸던 비와 눈 때문이었을까, 비둘기 떼는 옥상 위에 옹기종기 모여 막 퍼지는 환한 햇살과 햇살이 섞인 바람에 젖은 깃털을 말리는 듯 싶다. 좀체 자리를 뜨려 하지를 않는다.
비둘기들이 모여있는 곳에 한 마리 까마귀가 날아오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앉는다. 내가 여기 앉아도 되겠느냐고 조심스레 묻는 투다. 비둘기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까마귀는 선뜻 가까이 다가오지를 않는다.
그러던 중 까치가 한 마리 날아오더니 대뜸 비둘기들 사이에 앉는다.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비둘기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찌 햇빛과 바람이 잘드는 이 자리를 우리가 독차지 할 수 있겠느냐는 투다.
정겹다.
생김새와 이름은 달라도 한데 모여 햇빛을 쬐는 새들의 모습이 더없이 정겹다.  200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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