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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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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85.어떤 장례
고개 하나 넘어 이웃동네에 지난주 2번에 장례가 있었다. 한 분은 제초제를 마시고, 또 한 분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분 모두 환갑 전의 나이였고, 술로 세월을 살던 분들이었다.
풀 태워 죽이는 제초제를 들이마시고 쓰러진 그 자리에는 수많은 담배꽁초와 막걸리 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긴 시간 망설이고 주저했던 흔적이었다. 다들 일하러 나가 동네가 텅 비지만 않았더라도 누군가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모두들 안타까워했다.
대책없이 쌓이는 설움과 어디서나 쉽게 대할 수 있는 농약. 허탈하여 어점 바람이라도 날릴 것 같은 죽음에 대한 가벼움이 오히려 모두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또 한분은 암이었다.
결국 술로 살다 몹쓸 병을 얻어 약 한번 못 스고는 먼저 떠난 가여운 넋 ‘같이 가세’ 따라 나선 듯 쉽게 쓰러졌다. 끼니조차 분명치 않았던 어려운 살림. 동네 아주머니들이 한 말씩 머리에 쌀을 이고 와 장사 쌀을 마련했고 이틀 만에 땅에 묻혔다.
차라리 아주 먼 동네 남 얘기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재 하나 넘어 바로 우리 동네 얘기.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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