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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세족식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328 추천 수 0 2002.08.05 09: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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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  또 하나의 세족식

주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성금요일 저녁, 우리는 연합속회를 겸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여호수아속 주최로 속회예배를 드리고 2부 순서로 세족식을 갖기로 했다.
마지막 식사를 하며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주님. 어쩌면 주님은 제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십자가의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이 아니었을까?
이것도 십자가란다, 서로의 발을 씻어주는 것, 제자의 발을 스승이 씻어주는 것, 자격 없는 자의 발 앞에 기꺼이 엎드려 그 발을 사랑으로 닦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십자가란다, 그 가르침을 마지막 가르침으로 택하신 것인지도 모른다.
각 속별로 세숫대야와 수건을 준비하도록 했고, 많은 양의 물을 담을 큰그릇과 더운물을 준비하였다. 주님이나 제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지, 설렘과 기대하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첫 번 째로 갖는 연합속회. 여호수아속에서는 정성으로 예배를 준비하였다. 사회와 기도, 말씀을 전하는 모든 이들이 정성으로 준비를 하니 예배가 은혜로울 수밖에. 연합속회가 귀하게 여겨졌다.
1부 예배를 마치고 세족식을 갖기로 한 시간, 그러나 선뜻 세족식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시간이 제법 지나있었는데, 마침 그 시간이 박형기 집사님 댁이 쾰른에서 이사를 오는 시간이었다. 이삿짐은 많을 터이고 도울 사람이 없다면 밤늦은 시간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교우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쩌면 올해의 진정한 세족식은 이삿짐을 나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교우들도 편하게 받아주었다. 서둘러 박집사님 댁으로 가니 역시, 적잖은 이삿짐이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박집사님네는 아파트 11층이었는데 하필이면 엘리베이터의 문이 좁았다. 여러 차례 짐을 옮겨야 했다. 짐의 대부분이 가구를 분해한 것이어서 많은 손길을 필요로 했지만 길게 줄을 서서 짐을 옮기니 짐은 서서히, 그러다가는 이내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책상은 아무를 애를 쓰고 머리를 써보아도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가 않아 천상 계단으로 올려야 했는데, 정말이지 진땀 꽤나 흘려야 했다. 앞쪽에 선 사람은 두 층씩 교대를 해가며 어렵게 어렵게 계단을 올라갔다. 사람의 힘은 참 무서웠다. 마침내 모든 짐들이 11층으로 다 올라갔으니.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땀을 닦는 시간, 참으로 마음들이 흐뭇했다. 누군가를 위해 땀을 흘린다는 것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고맙다 하시는 박집사님 내외의 인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 어린 인사였다. 이게 바로 세족식이구나, 우리는 세족식을 미뤘지만 가장 귀한 세족식에 참여했구나, 세족식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복된 밤이었다. 200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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