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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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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23.도시락은 있는데 반찬통이 없어요.
도시락에 대해 물은 건 떠난 민숙이 때문이었다.
그나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중학교를 졸업한 민숙이가 도시락을 챙겨줬을 터였지만 민숙이 마저 동네 언니 따라 인천 어느 공장에 취직하러 떠났으니 도시락은 어찌 되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일 오후 광철씨네 심방을 갔다가 봉철이를 만난 것이었다.
“안 싸가요.” 봉철이의 대단은 간단했다.
“왜?”
“그냥, 싸 가기 싫어요.”
“그럼 점심시간엔 뭘 하니?”
“혼자 놀아요. 혼자 놀다 아이들 다 먹고 나오면 같이 놀아요.”
“도시락은 없니?”
“도시락은 있는데 반찬통이 없어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반찬통이 없다니.
정말 없는 게 어디 반찬통일까. 재작년 엄마 병으로 하늘나라 가시고, 올 봄 누나 공장으로 떠나고, 술기운에 살아가는 아버지, 가뜩이나 일손 모자라는 동네 품 팔기 바쁜 광철, 남철형.
그 누구도 봉철이 점심을 챙겨 줄 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걸 몰랐던, 어쩜 알려고 안 했던, 미안한 만큼 꼭꼭 봉철이 손을 잡고 약속을 했다. 도시락 꼭 싸 가기로.
저녁 예배 시간에 내려온 봉철에게 반찬통을 전했다. 반찬통을 전하는 마음이 또 아팠다. 반찬통 없어 못 싸가던 도시락, 반찬통 전한다고 끝난 건 아니잖는가.
엊그저께 원주 중앙시장에 들렀다. 멸치 값이나 오징어 값이나 같았다. 오징어포와 마른 새우를 샀다. 이제 중학교 1학년. 봉철인 한 참 배워야 하는데 최소한의 뒷바라진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건지.
봉철이의 표정이 그래도 밝은 것이 한편은 다행이면서도, 작은 키, 유난히 작은 키는 꼭 먼저 가신 엄마 닮은 것만은 아니지 싶어...
봉철이.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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