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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막연한 편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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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0.막연한 편지


“전도사님, 전화 좀 걸어 주세요.”
예배를 미쳤을 때, 신집사님이 사택으로 들어오며 편지를 전해 준다. 얼굴 가득 웃음이 가득하다. “7년만에 아들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몰랐던, 7년 동안이나 연락이 끊겼던 맏아들한테서 편지가 온 것이다.
접힌 채 전해 받은 편지 말미에는 약도와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오래도록 소식 못 전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원하시면 모시고 살고 싶다고 썼노라며, 집사님은 자랑삼아 소갤 하신다.
적힌 번호대로 다이얼을 돌렸다.
지역번호를 돌리고 국번을 돌리고 다음 번호를 돌리려는데 전화기에서 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거나 결번이오니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자리 한 자리 번호를 확인하며 다시 건다. 마찬가지였다.
서너번을 더 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용케도 알고 다시 걸어보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번호를 잘 못 썼을 수도 있으니 편지 온 주소로 먼저 편지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엽서 한 장 드린다.
고개를 갸웃뚱하며 돌아가시는 집사님,
아직도 불확실한 아들의 거처.
몇 걸음 다가왔을 뿐, 아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다리께 서서 다시한번 편지 꺼내 드는 집사님 모습은 또다시 막연했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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