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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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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52. 예배 준비
토요일 오후, 허석분 할머니와 안복희 성도님이 예배당으로 내려왔습니다. 지난번 내린 눈이 응달쪽으론 아직 얼음이니 두 사람 모두 종종 조심스러운 걸음이었을 것입니다.
두 분은 예배당 청소를 했습니다. 한주에 한번씩 마을별로 돌아가며 예배당 청소를 합니다. 난로를 피웠다지만 겨울 날씨는 찹니다. 아이들이 들려 숙제를 하고 책을 읽기도 하는 예배당은 아이들 흔적이 남아 있기 일쑤입니다.
젖은 발로 들어왔는지 때론 흙 발자국이 찍히기도 하고, 때론 간식 삼아 먹고 흘린 라면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뒷정리를 말끔하게 할 만큼 참하지 못합 니다.
제단을 정성으로 닦고 마루바닥을 닦고 의자를 닦습니다. 주름진 손으로 예배당을 쓸고 굽은 허리로 닦는 것은 주님께 드리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몸으로 드리는 고백이지요.
아내는 아이들이 잠든 후 늦게까지 피아노 연습을 했습니다. 아내는 아직 피아노에 서툽니다. 그래도 아내는 예배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치고 또 치고, 그래도 틀리는 부분은 여전히 생기고, 행여 예배를 그르칠까 밤이 늦도록 맘을 놓지 못합니다. 지난번 손가락 수술을 받은 뒤론 겨울이면 손이시다 하는데, 밤늦게까지 들리는 피아노 소리 또한 예배를 위한 좋은 준비입니다.
늦은 밤 예배당에 앉아 잠깐 기도하고 난로 두 개에 기름을 가득 채웁니다. 추운 길 걸어온 교우들을 따뜻하게 맞아야지요. 주일 아침 10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따라 멀리서 가까이서 교우들이 모입니다.
멀리서 차를 타고 와 먼 길 걸어올 교우들을 차로 모시는 교우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정성엔 늘 코끝이 찡하지요. 걸음걸이 불편한 교우들을 차로 모시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 그분들의 수고엔 주님도 매번 고개를 끄덕이실 것입니다.
양쪽으로 다섯 개, 모두 열 개의 의자가 예배당에 있지만 열 개의 의자가 모두 차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눈은 빈자리보단 자리를 지키는 교우들에 고맙게 갑니다. 이만한 믿음을 주신 것도 마음 다해 감사할 일이지요. 성가대도 없이, 서툰 피아노 반주에 맞춰 고개를 숙이면 이내 마음은 조용해집니다.
기도를 맡은 허 권사님의 기도는 늘 낮고 차분합니다. 송구한 삶을 살았다는 고백에는 얼핏 눈물이 스칩니다. 우리 목사님 농촌 목회할 때 외롭지 않게 해달라고 아뢸 땐 고맙기도 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설교 시간, 힘들고 어려워도 맡은 일에 충성하자, 끝까지 충성하자, 충성하되 겸비하자 말씀을 전합니다. 함께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요 다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평안을 묻습니다. 손을 들어 축도를 합니다. 내가 전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귀한 것은 그것이지요. 가난한 사랑이지요. 못난 나무막대 같은 삶이지만 그래도 주님의 도구로 섰음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예배당 입구에 서서 돌아가는 교우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합니다. 꺼칠꺼칠하지만 교우들의 손은 참 따뜻합니다.
놀이방에 둘러앉아 같이 점심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너 찬, 예배가 그러했듯 식사 또한 조촐하지만 식탁엔 정겨움이 있습니다. 그뿐, 그뿐이지만 누가 우리의 예배를 초라하다 누추하다 하겠습니까.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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