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438. 밭에서 드리는 성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438. 밭에서 드리는 성사

 

아랫말 안속장님네를 찾았더니 세 분 노인들이 모두 자리에 누워있었다. 아들 잃은 뒤론 방에도 들어가기 싫다 하셨던 그 방에 유경복 성도님이 혼자 누워 계셨고. 옆방엔 두 분 다 백발이 성성한 안속장님과 작실언니가 누워 있었다. (나는 유경복 성도님을 그냥 ‘아저씨’라 부른다. 나이로 따지면 할아버지요, 관계로 따지면 ‘성도님’이지만 그냥 ‘아저씨’라 부르고 그분도 그 호칭을 편하게 받아 주신다.) 

모두 상노인네들, 또한 몸이 모두 안 좋아 거동이 불편하다. 그나마 움직였던 아저씨마저 아들 먼저 보낸 뒤론 눈에 띄게 약해져 세사람 모두가 누워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혹시 회충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번도 회충약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입맛이 통 없는걸 보면 회충일지도 모르겠다며 옆방으로 건너온 안속장님은 안스러운 눈으로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날 원주를 다녀오며 회충약을 세 개 사왔다. 한알만 먹어도 된다는 약이었다. 약을 전해 드리러 아랫말로 내려가다 보니 학교 모퉁이 밭에서 아저씨가 광철씨를 데리고 콩을 뽑고 있었다.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로 쇠약해진 몸으로도 콩을 심은 것이었다. 약을 보니 그냥 씹어 먹는 막 것이 더 좋다고 씌여 있어 하나를 꺼내 전해 드렸다. 

약을 받으려는 아저씨의 장갑 낀 손엔 흙과 도깨비 풀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제가 넣어 드릴께요” 

약을 꺼내 아저씨 입에 넣어 드렸다. 이가 빠지고 약해진 아저씨는 껌을 씹듯 한참을 약을 씹어 드셨다. 약을 꺼내 아저씨 입에 넣어 드릴 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일종의 성사라는. 

성만찬 예식때 떡을 넣어 드리는 것과 닮지 않았냐는, 이 땅, 콩을 거두는 밭에서 드리는 성사란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얘기마을199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7 한희철 857.귀뚜라미 한희철 2002-01-02 4332
1856 한희철 1127. 여름 한낮 한희철 2002-01-02 4332
1855 한희철 1513. 담배 농사 한희철 2002-01-02 4332
1854 한희철 1062. 돼지머리 한희철 2002-01-02 4332
1853 한희철 1007. 오름내림 한희철 2002-01-02 4332
1852 한희철 742.봄(1) 한희철 2002-01-02 4332
1851 한희철 1283. 노래할 시간 한희철 2002-01-02 4332
1850 한희철 679.가을 들판 한희철 2002-01-02 4332
1849 한희철 759.유다방 한희철 2002-01-02 4333
» 한희철 1438. 밭에서 드리는 성사 한희철 2002-01-02 4333
1847 한희철 1047. 눈 맑은 강아지 한희철 2002-01-02 4333
1846 한희철 925. 다람쥐의 겨울준비 한희철 2002-01-02 4333
1845 한희철 924. 처음 쓴 각서 한희철 2002-01-02 4333
1844 한희철 659.어떤 편지 한희철 2002-01-02 4333
1843 한희철 910.삶의 구조 한희철 2002-01-02 4333
1842 한희철 1237. 개나리 노란 꽃가지들 한희철 2002-01-02 4333
1841 한희철 1339. 가을 낙엽송 한희철 2002-01-02 4333
1840 이해인 고백 -당신때문인가요? 이해인 2009-06-13 4334
1839 한희철 978. 심방 한희철 2002-01-02 4334
1838 한희철 301.소가 끄는 경운기 한희철 2002-01-02 4334
1837 한희철 954. 쑥개떡 한희철 2002-01-02 4334
1836 한희철 225.제비똥 한희철 2002-01-02 4334
1835 한희철 1164. 말씀과 생활 한희철 2002-01-02 4334
1834 한희철 194.눈물 어린 마음들 한희철 2002-01-02 4334
1833 한희철 163.전기 요금 한희철 2002-01-02 4335
1832 한희철 624.일방적 구조 한희철 2002-01-02 4335
1831 한희철 1437. 운동장의 수수밭 한희철 2002-01-02 4335
1830 한희철 377.끊어진 이야기 한희철 2002-01-02 4335
1829 한희철 801.땅 좀 팔아줘 한희철 2002-01-02 4335
1828 한희철 1395. 다리를 건널땐 한희철 2002-01-02 4335
1827 이현주 하늘이 잠잠할 때 1 이현주 2007-03-26 4336
1826 이현주 오직 자기를 갈고 닦는 것이 이현주 2009-02-27 4336
1825 한희철 162.고맙구 미안하다 한희철 2002-01-02 4336
1824 한희철 86.갈라진 손 한희철 2002-01-02 4336
1823 한희철 495.비 한희철 2002-01-02 433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