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383. 보름이의 자유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383. 보름이의 자유

 

식구 중 호랑이띠가 있으면 개가 안 된다는 이야기는 어릴적부터 많이 들어왔다. 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아내는 개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승학이네 개가 낳은 강아지를 지난해 한 마리 샀는데, 보름날 낳았다해서 이름이 보름이가 되었다. 일년여만에 보름이는 덩치가 제법 큰 개로 자랐다.

강아지때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은 시간만 나면 보름이에게로 가 뭐라고 뭐라고 얘기도 나누고, 먹을게 생기면 얼른 갖다주기도 하고, 가끔씩은 물을 퍼다 주기도 한다. 

강아지 때야 풀어 놓을 적이 많았지만 덩치가 커지면서는 개장 앞에 묶어 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화장실 옆에 있던 개장도 언덕 위 닭장 앞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저는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화장실 드나드는 놀이방 아이들에게 때마다 달려드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 보름이 좀 풀러줘요.” 

요즘 아이들은 저녁때만 되면 보름이 좀 풀러 달라는 게 일이다. 매여있는 모습이 영 불쌍한 모양이다. 덩치가 크고 가까이 가면 반갑다고 덤비는지라 아이들이 풀러주기는 어려우니까 내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매였던 끈을 풀러주면 보름이는 그야말로 난리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디로 뛰어야 할지를 몰라 또 뛰고, 매여있다 풀려난 기쁨을 미친듯 뛰며 만끽한다. 

아, 사슬 하나가 풀리면 저런데, 사슬 하나에도 저렇게 뛰는데 우리를 얽매고 있는, 얽매고 옥죄고 있는 수많은 사슬들, 도대체 우리의 꼬락서니는 뭐란 말인가. “기뻐뛰며 춤을 추겠네”는 언제 어느 때에나 누리게 될 은총인가. 한개씩 한개씩 풀러지는 때마다 벅찬 은총이라면 우리 삶이 은총으로 이어지는 것일텐데.

매여있는 보름이가 불쌍해 보이는 아이들에 비해, 매여있는 개가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보어는 나는 이미 얽매임에 익숙한 탓이 아닐까. 어느날 개를 끌러주고 길길이 뛰는 놈을 보며 매여있는 나를 본다. 

(얘기마을199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02 한희철 355.싸움 한희철 2002-01-02 4360
1401 한희철 297.찬비에 젖는 농부의 마음 한희철 2002-01-02 4360
1400 필로칼리아 영혼의 문지기 [1] 사막교부 2007-06-29 4361
» 한희철 1383. 보름이의 자유 한희철 2002-01-02 4361
1398 한희철 1245. 망탱이 속의 새 한희철 2002-01-02 4361
1397 한희철 1217. 담배농사 한희철 2002-01-02 4361
1396 한희철 1172. 철 모르고 한희철 2002-01-02 4361
1395 한희철 1535.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한희철 2002-01-02 4361
1394 한희철 113.사모 한희철 2002-01-02 4361
1393 이현주 3 한희철 2002-01-02 4361
1392 한희철 872.생명의 열매들 한희철 2002-01-02 4361
1391 한희철 1117. 모교 한희철 2002-01-02 4361
1390 한희철 858.나는 끝까지 고향을 지킨다 한희철 2002-01-02 4361
1389 한희철 1065. 때를 헤아리는 마음 한희철 2002-01-02 4361
1388 한희철 802.자원은퇴 한희철 2002-01-02 4361
1387 한희철 360.개구리 함정 한희철 2002-01-02 4361
1386 한희철 1429. 콩밭 풀뽑기 한희철 2002-01-02 4361
1385 한희철 1128. 맑은 날도 흐린 날도 한희철 2002-01-02 4361
1384 한희철 1012. 빨갱이 퍼랭이 한희철 2002-01-02 4361
1383 한희철 1373. 담배 일 한희철 2002-01-02 4361
1382 한희철 1345. 사진관이 없다 한희철 2002-01-02 4361
1381 한희철 933. 그것밖에 될 게 없어서 한희철 2002-01-02 4361
1380 한희철 1455. 손해 보는 농사 한희철 2002-01-02 4361
1379 한희철 1202. 꽃댕이 할머니 한희철 2002-01-02 4361
1378 한희철 1175. 당연하게도 한희철 2002-01-02 4361
1377 한희철 955.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한희철 2002-01-02 4361
1376 한희철 528.종근이 한희철 2002-01-02 4361
1375 한희철 1083. 선영이 한희철 2002-01-02 4361
1374 한희철 785.나무나 합니다 한희철 2002-01-02 4361
1373 한희철 177.갈수록 그리운 것 한희철 2002-01-02 4362
1372 한희철 1382. 정겨운 따뜻함 한희철 2002-01-02 4362
1371 한희철 926. 농부의 마음 한희철 2002-01-02 4362
1370 한희철 793.친구의 정 한희철 2002-01-02 4362
1369 한희철 173.불이문(不二門) 한희철 2002-01-02 4362
1368 한희철 740.흙집을 꿈꾸며 한희철 2002-01-02 436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