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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밤 줍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1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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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00 밤 줍기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성경을 읽고 원고를 쓰다가 아이들 방으로 가 소리와 규민이를 깨웠다. 전날 밤 잠들기 전 밤 주으러 가기로 약속을 했던 터였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녀석들은 눈을 비비며 기꺼이 일어났다. 옷을 조금 두툼하게 챙겨 입히곤 용암쪽으로 같다. 

아직 날이 다 밝지 않아 희미했고 풀마다 이슬이 맺혀 있는데 풀과 나뭇잎 사이엔 밤새 떨어진 밤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 세상이 깨어나지 않아 사방이 고요하고 신선한 아침 공기는 마음까지를 맑게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밤을 줏는 즐거움이라니. 

아이들도 신이 나서 날다람쥐처럼 밤을 줏었다.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잘 익은 알밤들, 자기 빛깔 자기 모양으로 잘 익은 열매를 대하는 일은 즐겁고도 유쾌한 일이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아 때에 맞게 자기 빛깔로 잘 익어가는 삶이 아름다울 터.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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