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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9. 닭쫓다 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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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89. 닭쫓다 밤

 

뒷뜰 언덕 닭장에 닭을 몇 마리 키우는데, 가끔 닭들이 말썽을 부린다. 꾸준히 낳는 알이야 참 고마운 일이지만 이따금씩 닭장을 빠져 나와선 말성을 부리는 것이다. 저야 닭장안이 갑갑하던 차에 바깥 세상 구경 하는게 좋고, 새로운 모이 쪼는 게 좋겠지만, 닭장을 나왔다간 동네 개들 한데 쫓기기가 일쑤인지라 난리가 난다. 

교회 바로 옆집인 승학이네는 개들도 여러마리 인데다 닭이 나온것을 어찌그리 잘 아는지 승학이네 개한테 들켰다간 그야말로 혼줄이 난다. 그나마 날개가 있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곤 한다. 그런데도 닭들은 틈만 나면 빠져  나온다.

지난 가을, 그날도 닭 한 마리가 닭장을 빠져나왔다. 개한테 쫓기기 전에 잡아넣어야지 싶어 닭을 모는데 아, 이놈이 훌쩍 산 뒷편으로 내빼는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반대편 길로 내려와 닮을 되몰 수밖에 없었다. 

나무가 제법 들어찬 산비탈, 나무 사이를 비집으며 닭을 닭장쪽으로 모는데, 몰다 보니 발밑에 밤송이들이 제법 쌓였다. 

밤송이를 발로 툭 차니 귀한 알밤이 나오는게 아닌가. 웬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밤송이 마다 밤알들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어떤 것들은 낙엽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닭 쫓던 것을 뒷전으로 미루고 밤 줍기를 시작했다. 그 산비탈 나무 틈새 속에 밤나무가 있는 것을 아무도 몰라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아무도 손을 안댔던 것이었다. 

이틀간 서너되가 되는 밤을 줄을 수 있었다. 뛰쳐나온 닭을 잡으려다 생각지도 않게 얻게 된 밤. 신 세옹지마.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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