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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63. 외줄타기
원주 흥업의 너른 벌판을 지나 양안치재로 오르는 고개초입, 이른바 개건너 마을, 경운기 한 대가 길가로 코를 내밀고 연신 눈치를 살핀다.
늙수그레한 촌노, 비탈길에 경운기를 위태하게 멈추고선 큰길로 나서려 오가는 차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이때다 싶어 나갈라치면 저만치 빵빵대는 경적소리, 깜짝 놀라 화들짝 브레이크 손잡이 움켜잡고, 놀란 숨 겨우 가라앉혀 다시 한번 나서려면, 언제 그리 빨리도 달려온 차 번쩍번쩍 불을 켜대며 난리다. 짧은 해 다 지기전 어서 들에 다녀와야 할텐데, 나서는 일부터 쉽지가 않다.
경운기를 몰고 할아버지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위태하게 위태하게, 어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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