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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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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78. 나침반
망설이다 지나친 길을 되돌아와 다시 한참을 망설이다 가게로 들어셨다. 체육사, 난 뚱단지 같이 나침반을 찾았다.
“나침반이요?”
몇개 종류가 다른 나침반을 진열대 위에 올려 놓으며 의아한 듯 주인이 물었다.
“뭐 하는데 쓸려구 그러는데요?”
물건도 있겠다 손님이 찾으면 그냥 팔았으면 좋으련만 호기심 때문인지, 용도에 걸맞는 걸 권하려는지 주인은 또다시 물었다.
“그... 그냥요...”
‘길 잃어버리지 않으려구요’ 하고 대답하려다 진지하게 묻는 주인에게 실없는 농이 되는 것 같아 둘러대고 만다.
특별한 용도도 없이 그냥 나침반을 사다니,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실없는 대답이 어니 있을까. 그렇게 난 아직 볼 줄도 모르는 나침반 한개를 샀다. 빙빙 바늘이 도는데 어디가 동인지 서인지, 남인지 북인지 분간을 못 한다.
왜 갈수록 모르겠는걸까.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끝내 어디에 닿을 수 있는 건지
목숨 걸고 사랑해야 할 게 무언지,
후회 없이 등져야 할 건 또 무언지.
주저 주저, 왜 갈수록 어려워지는 걸까.
주머니를 털어 나침반을 사는 한 어리석음.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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