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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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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29.언제쯤 무슨 이유로
김정옥 집사가 한광주리 점심을 이고 염태 고개로 올라간다. 벼를 베는 날이다. 얼굴이 부었다 내렸다 계속 몸이 안 좋은 김정옥 집사.
사람을 몇 명이나 얻은 것인지 점심은 한 광주리 가득이다.
언젠가 들은 얘기가 새삼스럽다.
젊은 시절, 그러니까 김 집사가 맏딸 명림씨와 둘째 진성이 낳았을 때였다. 그때 상자골에 일이 있어 점심을 나르는데 그 모습이 가히 가관이었다.
걷기를 배운 명림씨야 손 하나 잡아주면 되었지만 진성이는 천상 업어야 했고, 밥이며 찬이며 뜨거운 국까지가 들은 광주리는 이고, 주렁주렁 바가지를 엮은 그릇들은 어깨에 매고...
상자골까지 올라 보면 알지만 그냥 오르기에도 벅찬, 울퉁불퉁 곳곳이 패이고 잡초는 우거진 험한 길이다. 그 길을 애기를 업고, 광주리를 이고 그릇을 매고 올라야 했던 것이다.
온 몸으로 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리던 그때 일을 김 잡사는 언젠가 웃으며 들려주었다. 얘길 들으며 나도 웃었지만 그림처럼 그려지는
그 모습에 웃음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때 애기였던 아이들은 이제 다 자라 맏딸 명림씨는 아기를 둘이나 낳은 아기 엄마가 됐고, 진성이는 엊그제 군에서 제대를 했다.
이제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품을 그만큼 살 만한 사람들이 남아있지도 않을뿐더러 이제 웬만한 일은 기계가 대신한다. 한 광주리 점심을 이고 염태재로 오르는 김 집사, 언제쯤, 무슨 이유로 저 일이 끝나려나..........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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