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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콘크리이트에 덮여가는 삶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1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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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23.콘크리이트에 덮여가는 삶


교회 마당 한구석에 있던, 지난해 심은 잣나무가 누렇게 죽었다. 왠일인가 가보니 나무 둘레에 시멘트가 덮여 있었다. 지난번 담장공사 하고 남은 시멘트를 버린 게 하필 나무 주변이었던 것이다.
그 옆의 작은 향나무도 마찬가지였다. 밑가지부터 누렇게 죽어 오르기 시작했는데 향나무 밑에도 시멘트가 덮여 있었다.
이미 죽은 잣나무는 어쩔 수 없어도 향나무는 살려야 하지 싶어 삽을 가지고 덮여있는 시멘트를 벗겨냈다. 시멘트가 커다란 판 몇 장으로 떨어져 나왔다.
그렇게 시멘트를 모두 걷어내자 죽어가던 향나무가 그제서야 ‘휴우’ 하고 막혔던 숨을 한꺼번에 뱉어내는 것 같았다.
문득 원주 시청 앞 공사장면이 떠올랐다. 주차공간이 좁다하여 잔디와 나무 화단을 모두 밀어내고 시청 앞 전체를 주차장으로 만드는 공사였다.
갈수록 필요한 건 녹지대일텐데 현실은 녹지대를 밀어내고 콘크리이트로 덮어간다.
콘크리트 아래 숨 막혀 죽는 게 풀과 나무뿌리만은 아닐텐데도.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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