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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쓰러진 것들끼리 서로 의지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2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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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81.쓰러진 것들끼리 서로 의지해


무슨 일이든 쉬운 일은 없습니다. 한여름 긴긴 장마로 어렵던 농사일이 가을로 접어들어 다 됐다 싶었는데, 난데없이 불어 닥친 태풍에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좋을 것 없는 비가 많이도 내렸고, 거센 바람에 누렇게 익어가던 벼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어릴 적 기계충 번진 자리 잘라낸 머리처럼 논 곳곳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섬뜰 변관수 할아버지네 벼가 그중 많이 쓰러졌습니다. 신작로께 논도 그랬고 교회 앞 널따란 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여름 내내 노인네 두 분이 참 정성스럽게도 키웠는데 힘에 부친 손길 아는지 모르는지 벼는 참 무심히도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날이 개었을 때 두분은 낙심할 겨를도 없이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신고 나란히 벼 심긴 줄을 따라 쓰러진 볏단끼리 묶어 일으켜 세웠습니다. 꼭 가리마 타는 것 같았습니다.
쓰러진 것들끼리 서로 의지해 일어서는 벼.
저걸 어떻게 하나, 체념 반 낙심 반이었던 내 생각과는 달리 며칠 뒤 벼들은 모두 세워졌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길이 그렇게 장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먹거리 속에는 남모르는 장한 손길들이 가득 담겨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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