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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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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67.드릴 건 감사 뿐
안스러운 건 어린 선아만이 아니었다.
근 한달 반 동안 서울에 올라가 수술과 병원 생활을 마치고 내려온 아주머니가 한쪽 눈 두툼한 안대를 댄 채 그동안의 얘길 눈물로 할 때, 자리를 함께 한 모두의 마음은 안스러웠다. 아주머니가 눈물 흘릴 때마다 수건을 들고 그 앞에 서선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선아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엄숙한 자리이기도 했다. 신실한 불자로서 30년 동안이나 섬겨오던 불도를 버리고 하나님 품으로 귀의하는 시간, 누구도 쉽게 생각 못했던 뜻밖의 변화에 그 첫 예배를 드리는 모두의 마음은 기쁨과 엄숙함으로 숙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안다. 아주머니 옆에 앉아 눈물로 예배를 드리는 한 손길, 그가 그동안 말없이 감내해 온 사랑의 수고를, 흘러 흘러 바다에 닿는 강물처럼 찬 마루바닥 흘렀을 남모를 기도의 눈물을. 결국은 기도의 응답, 드릴 것 감사기도 뿐이었다.
사향으로 썼다는, 그동안 불심을 지켜주던 액자를 모두 떼어내 불을 놓는다. 겁나게 타오르는 불길, 그러나 이내 수그러든다.
타 없어지는 것, 한 줌 재로 남는 것, 그것뿐인 것을. 그래도 그것은 분명한 마침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다.
다음날 아침 노모를 모시고 나온 온 가족은 예배당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새해 들어 첫 번째 맞는 주일, 한 해를 은총으로 여시는 님의 사랑과 배려가 더 없이 고맙고 든든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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