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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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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7.사는 게 이런 건데
새벽예배를 드리는데 불쑥 문 열고 들어오는 분, 허석분 할머니셨다. 작실에 혼자서 살고 계시는 할머니.
즐겨 심방을 받으셨지만, 예배에 참석한 일은 없으셨다. 김천복 할머니의 끈기 있는 설득에도, 글도 모르는데 참석해 뭣하겠냐며 예배 참석을 거절해왔던 터였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 어떻게 내려오셨을까, 그것도 새벽에
여러 생각이 겹치자, 말이 더듬거렸다. 예배를 마치고, 잠깐 난로 주위에 모여 앉았다. “할머니 어떻게 내려 오셨어요?” 어떻게 내려 오셨냐니, 맞지 않는 질문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그냥 오고 싶어서 왔어유. 날마다 새벽 종소리를 들으면 맘이 좋았어요. 실은 어제 꼭 내려오고 싶었는데... 그래 오늘은 예배 시작하기 전 올려구 일찍 집을 나섰는데, 다리께 오니 벌써 종을 치잖아요. 늙은이 걸음이 워낙 느려서... 중간에 들어오기 쑥스러워 그냥 갈까 하다가 그냥 왔어유.”
“친정 엄마를 본대두 이보다 더 반가울까?”
김영옥, 지금순 집사님이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그날 저녁 우리는 배불리 정말 맛있는 만두를 먹었다. 심방을 준비하며 할머니는 하루 종일 만두를 빚으신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 크게 웃으시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어둠을 이유로 설거지도 못해드리고 내려오는 길, 정말 오랜만에 꺼내신 여러 그릇들을 오래도록 닦으시며 사는 게 이런 건데, 이런 걸 텐데, 하실 할머니 모습 눈에 선해 내가 그런 듯 웃음 번진다.(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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