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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손 흔들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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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8. 손 흔들기


원주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버스를 타고 저물녘 돌아올 때면, 가끔씩 손 흔드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일찌감치 버스를 피하여 길 한쪽으로 비켜서서 손을 흔든다.
집에서 학교까진 몇 리쯤인지, 하나씩 둘씩 저녁놀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어깨에 둘러맨 책가방, 단발머리 계집애의 검고 티 없는 웃음. 아이들이 손을 흔들 때마다 같이 흔들어 준다. 잊지 않고 손 흔들어 주는 운전사 아저씨가 고맙다.
혹 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 해도 차창 밖으로 손 흔드는 아이 만날 때면, 모두가 꼭 손 흔들어 주었음 싶다.
내 인사가 누군가 받아 주었다는, 내가 손짓할 때 누군가 대답해 줬다는,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어린 마음마다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불러도 대답 없다는 것, 그 차가운 인상이 어린 마음에 자리 한다면, 그는 그만큼 닫힌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라도 내 부르면 대답하는 이웃이 있다는 걸, 그 따뜻한 경험을 손 흔드는 어린 마음마다 곱게곱게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손 흔드는 아이를 볼 때 마다, 모두들 손 흔들어 주었음 좋겠다. 활짝 웃으며 말이다.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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