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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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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54. 댓가
원주에서 목회하는 젊은 감리교 목회자들의 모임인 ‘돌봄모임’이 있는데 상반기 모임을 마치는 날 서곡교회에서 목회자와 부인들이 같이 모였다.
회장으로 수고하고 있는 조동원 목사님이 특별히 돼지 한 마리를 잡고서 부부 동반으로 초대를 했다.
6.25때 피난민들이 지었다는 서곡교회는 제법 품이 넓은 소나무 숲 사이에 있어 아늑하기가 그지없다. 둘러앉아 한 학기 모임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차려진 불단위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이야기들을 나누고, 오후엔 족구와 농구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가 바쁘게 지내다 보면 그런 일은 결코 쉽지않은 일이었다. 긴장과 답답함을 다 털어버리고 모처럼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그날 저녁, 모임에 같이 다녀온 아내가 하루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던 중 한 가지 생각지 못한 얘기를 한다.
대개의 사모님들이 자녀들을 하나씩 둘씩 데리고 왔고 때로는 엉켜 싸우기도 해 소란스러웠다.
몇몇 사모님들이 아내에게 신기한 듯 물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 셋이나 되는데 어떻게 어디다 아이들을 놔두고 홀가분히 둘만 왔느냐고, 그런 모습이 의외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모양이다.
아내가 대답하기도 전 어떤 사모님이 대뜸 “보모에게 맡기고 왔잖아!” 했던 모양인데, 눈치를 보니 아내는 그런 말이 조금은 서운했던 모양이다.
소리는 국민학교에 다니고 규민이 규영이는 놀이방에 간다. 규민이와 규영이가 놀이방에 가 낮에 시간이 되는데, 사실 아내는 매일 놀이방 아이들 점심을 해준다. 외출을 할 일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점심을 미리 준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 혼자 놀이방을 할 때에는 바깥 나들이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 과정을 지나 이제쯤엔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된 것인데, 그런 여유가 그냥 쉽게 얻어진 것처럼, 편히 앉아 누리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그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선한 일엔 남모르게 치러야 하는 댓가가 있는 법, 굳이 그걸 다시 말로 할 게 무어 있을까 싶어 아내 말을 그냥 가벼운 웃음으로 받는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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