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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 심방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3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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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78. 심방


오원례 성도님을 찾아갔습니다. 오원례성도님은 대개는 하루 종일을 집에서 혼자 보냅니다. 몸이 약한데다 눈마져 어두워져 바깥 출입을 못해 천상 집 안에서 갑갑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자주 찾아가 말벗도 되고, 믿음도 북돋아 드려야지 마음은 그러면서도 마음뿐인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눕니다. 지난번 농활 나온 대학생들 너무 고생들이 많았다며 요즘도 그런 학생들 있는게 신기할 정도라고 꼭 목사님이 주선해서 겨울철에 그 학생들 놀러 오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집집마다 방들 흔한데 같이 자며 고구마도 궈먹고, 밤도 궈먹으며 얘기하면 좀 좋겠냐고, 마을 얘기, 교회 얘기, 사는 얘기등을 나눕니다. 조금씩 풀려나는 실타래, 나오기 전 손잡고 기도하며 주의 평안을 비는 마음이 편안 합니다.
다음으로 은희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은희 할머니도 하루 종일을 집안에서 혼자 보냅니다. 지난겨울 쓰러져 이제는 한쪽편 팔다리를 못쓰고, 말씀도 못하십니다. 그냥 마루에 앉아 계실 뿐이었습니다.
말씀을 드려도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 그저 “응, 아니” 정도의 발음 불분명한 대답을 할 뿐입니다. 할머니 눈빛이 문득 처연합니다.
기도하고 나오다 성경 찬송책을 놓고 파리채를 집어 들었습니다. 마루에 꼬인 파리들이 제법이었습니다. 할머니 야윈 무릎에도 잔뜩 앉곤 했습니다. 탁,탁,탁. 파리채를 휘둘러 파리를 잡습니다. 이내 파리 죽은 한 무더기가 됩니다.
할머니 앉아 계신 마루에 더 이상은 파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임시방편입니다. 성경 찬송 책 끼고 마루를 나올 때 또 다시 파리들은 마루 안으로 날아들었습니다.
 소 키우는 외양간과 감자 썩는 마당, 파리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결국 이 땅에서의 삶이란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임시방편 뿐임을, 엉성한 꿔멤일 뿐임을 아프고 나직하게 인정해야 했습니다.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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