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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메뚜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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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61. 메뚜기


염태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너른 벌판이 하나 펼쳐 있습니다. 이른바 검은들입니다. 모처럼 검은들에 나갔습니다. 가을 들판을 찾은 것입니다. 저수지를 끼고 돌아 누렇게 벼들이 익어 고개숙인 논둑으로 들어설 때였습니다.
후둑 후둑 풀섶에서 위로 옆으로 날아 올라 도망가는 것들이 제법이었습니다. 메뚜기 였습니다.
농약 때문에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메뚜기가 검은들엔 흔했습니다. 농약 중독 중에서도 용케도 살아남은 메뚜기들이 잊고 있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난 것처럼이나 반가웠습니다.
쌍붙은 메뚜기들도 흔했습니다. 듬뿍 듬뿍 알을 낳겠지요. 벼 피해가 많아 메뚜기를 잡던 어릴적 기억이 없는 건 아니면서도 이리저리 날아오르는 메뚜기들은 반가움을 넘어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중병에 걸렸던 땅이 회복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휘 검은들을 한바퀴 돌아 나올 때 저만치 아래에선 집짓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순 나무로만 짓는다는, 서울 사람 별장 하나가 검은들 저 아래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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