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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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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848.뒷풀이
은진이 아버지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전에 본적이 없다. 한 동네서 6년을 같이 살아오면서도 노래는 커녕 말 한마디 속시원히 하는 걸 들어본적이 없는 터에 노래라니.
은진이 아버지의 노래는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흥이 더하자 덩실덩실 청하지 도 않은 춤마저 추는 것이 아닌가.
이거 내가 꿈을 꾸나 싶었다. 박수와 웃음소리, 그리고 환호소리가 노래와 춤을 덮었다. 한 주일 동안의 농촌봉사활동을 마치고 마지막 날 저녁 교회마당 에서 열린 '마을주민잔치', 이른바 뒷풀이 시간이다. 자리를 깔고 천막을 치고 푸짐한 상을 차리고, 그야말로 신명나는 잔치가 열렸다.
모르는 젊은 학생들이 한 주일 동안이나 단강을 찾아 귀한 땀을 흘리다니, 농약을 치다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풀독이 뻘겋게 오르면서도, 거머리에 물리면서도,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아가면서도, 일마치고 밤늦게 찾아와도 싫은 표정없이 아픈 곳 어루만져 주면서 한 주일을, 꿈같은 한 주일을 보냈다.
이젠 정리하는 시간, 마음에서 비롯된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 진하게 풀려나와 하나로 엉겨붙고 있었다. 이처럼 고마울데가 있냐며 더 할말을 모르겠다던 반장님의 인사, 여러분들의 흘린 땀으로 더 좋은 세상 왔으면 좋겠다고 두 내외가 큰 정성으로 준비한 기념 수건을 전하며 울먹였던 유보비 집사님, 정보인 교수님의 예쁜 노래, 새댁 아주머니의 ‘쪼루쪼루’ 노래와 학생들도 못 따라 온 멋진 춤, 노래하며 떨어본 적 없는데 오늘은 왜 이리 떨리냐며 그래도 기꺼이 노래 두 곡을 부른 종대 어머니, 학생들에게 단강을 소개한 유재흥 선생의 힘찬 노래, 광철씨의 타령, 무엇보다 맘 놓고 기뻐한 학생들, 그들의 어리광스런 즐거움, 아름답고 믿음직한 젊음.! 그날 난 '마른 땅, 그대들의 땀방울은 약비로 내리고'란 글을 읽으며 울고 말았다.
애써 마음을 누르고 글을 읽어 나가다 '햇곡식을 찧어 떡도 하고 음식도 차려 함께 흘린 땀의 결실을 기쁨으로 나누고 싶습니다'를 읽을 때 나도 몰래 뜨거운 눈물이 솟고 말았다.
몇 명 왔느냐, 책임자가 누구냐, 누구구네 일 갔느냐, 몇 평 일했느냐, 창피한 것도 모르고 전화나 걸어대는 이들은 전혀 알지도 생각지도 못할 멋진 시간이 강치럼 깊은 밤으로 이어지고 있었다.(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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